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쟁탈전 ㅣ 지만지(지식을만드는지식) 소설선집
에밀 졸라 지음, 조성애 옮김 / 지식을만드는지식 / 2012년 4월
평점 :

<루공. 마카르 총서> 20권 중 두 번째 작품에 속하는 소설-
첫 번째 출발점에서 루공 마카르의 집안 내력과 자식들의 구성원이 처음 드러난 이후 아리스티드 루공이 주인공이다.
그는 1851년 나폴레옹 보나파르트의 12월 쿠데타 소식을 듣고 아내 앙젤과 딸을 데리고 파리로 상경, 형 외젠을 찾아가 직업을 구걸한다.
일찍이 법을 공부하다 끝마치지 못한 아리스티드는 형의 도움으로 시청의 도로 담당 보좌관으로 들어가게 되고 형의 조언으로 형과의 관계를 외부에 알려지지 않게 하기 위해 이름을 사카르로 바꾼다. (자신이 손해 보는 일은 절대 없는 형!)
이후 파리의 도시계획을 냄새 맡은 그는 시청의 구석구석 모든 정보와 자료들을 수집하면서 거대한 토지개발 계획에 따른 부를 향한 꿈에 부풀지만 정작 투자할 돈이 없다는 현실에 부딪친다.
한편 공화주의자 귀족계급 출신의 딸인 르네는 수녀원에 있던 중 강간을 당하면서 개인은 물론 가문에 명성에 흠이 가는 처지에 있던 차, 아내 엥겔의 죽음으로 홀아비가 된 사카르를 그의 누이 시도니 주선으로 거대한 지참금과 토지를 갖고 그와 결혼하게 된다.
이후 사카르의 집요한 부를 향한 부동산 투기와 이에 필요한 부분들을 쟁취하는 과정에서 아내 르네의 재산을 교묘하게 빼돌리며 점차 돈에 취해간다.
루공 마카르 총서에 깃든 자연주의 실사판 풍경이나 유전적 기질을 속일 수 없는 행동으로 보인 이들의 행동과 말은 이 작품에서도 발군의 힘을 뿜어낸다.
자신이 가진 고급정보를 바탕으로 이를 성공시키기 위해 서로 이용하는 사람들, 평민이 부를 쟁취하는 과정에서 사카르를 이용하는 석공들의 모습은 물론이고 퇴폐적이고 병폐가 깃든 상류층 사람들의 거침없는 향락에 찌든 모습들은 질투와 욕망이 함께 하면서 스스로의 삶을 파괴해 간다.
아들 막심을 파리로 불러오고 그의 성정체성에 모호한 부분이 깃든 모습을 보면서 살았던 르네가 정작 자신의 불타오르는 욕망의 주체를 이기지 못하고 근친상간을 저지르는 모습에선 거의 미쳐가는 광기가 서린 여인으로 비친다.
저자가 그린 제정시대의 격변하는 사회모습에는 오스만 파리개발 시기를 배경으로 은밀한 거래를 통해 부를 이루고 그 부를 토대로 삼아 화수분처럼 흘러넘치는 돈에 취해 점차 궁색해지는 과정과 이를 모면하려 다시 아내를 이용하는 사카르의 행보는 루공 가문 특유의 기질이 여실히 드러남을 느낄 수 있다.
에밀 졸라가 20권에 이르는 장대한 시리즈를 구상했을 때 어떤 점을 중시하며 그려나갔는지를 타 작품들과 연관시켜 생각해 보면 이 작품에서 보인 구도적인 상황과 세세하게 묘사한 당시의 인간군상들은 여전히 막장 드라마다.
돈을 쟁탈하고 부를 이루려는 과정과 자신의 욕망을 질투에 눈이 멀어 소유하려는 쟁탈들은 돈과 투기라는 합작품으로 탄생한 결과물처럼 보인다.
이렇듯 진정한 사랑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는, 르네가 결국 두 부자의 놀이잇감으로 여겨졌다는 사실에 눈을 뜨게 되는 과정은 자업자득이란 생각도 들지만 어쨌든 이 시대의 부를 향해 서로가 서로의 것을 빼앗아가는 먹이 쟁탈전만은 분명함을 여실히 느끼게 한 작품이다.
이 작품 속에서 가장 올바른 인성과 생각을 갖춘 이라면 가장 하류계급인 하녀 셀레스트다.
상류층의 모든 퇴색적인 것들을 모르쇠로 일관하며 자신이 맡은 일에만 몰입한 자, 자신의 인생계획대로 꿈을 이룬 장면은 르네조차도 부러워하게 만들며 자신의 처지와 어떤 것이 가장 중요한 것인지를 깨달았다는 점에서 등장인물들 중 희미한 존재이기는 하나 끝에는 가장 빛나는 자였음을 일깨운다.
스스로 자신의 무덤을 판 르네가 환상에서 깨어났을 때 그녀가 느꼈던 꿈은 이룰 수 없는 현실이란 점에서 작품에서 보인 현실과 환상의 경계가 자연스럽게 어우러진 가장 안타까운 인물로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