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슨

레슨
이언 매큐언 지음, 민승남 옮김 / 문학동네 / 2025년 11월

영국을 대표하는 문학의 거장, 저자의 자전적 소설이란 문구는 두말할 필요 없는 선택사항이다.

그의 전작들을 읽어온 독자라면 노년에 접어든 작가가 50만에 펼쳐서 보인 이 내용들이 저자의 페르소나인 주인공 롤런드의 생애를 통해 허구를 넘나드는 노련미를 통해 독자들의 마음을 흔든다.

군인이었던 아버지와 엄마를 둔 롤런드는 기숙사 생활을 하면서 아버지 뜻에 따라 피아노 레슨을 받는다.

자신보다 11살 연상인 미리엄이 그에게 보인 행동들이 이후 그의 인생에서 어떤 영향들을 끼쳤는가를 생각해 보면 첫 단추의 중요성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여실히 느낄 수 있다.

그녀의 접근성, 쿠바의 미사일 위기로 인해 자신의 인생이 하루아침에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위기감과 위협은 그를 그녀의 집으로 향하게  만들고 이후 그녀는 그에게 금단의 사과를 먹이고 가르치면서 통제를 실행한다.

일명 스톡홀름 신드롬을 떠올리게 하는데 이 당시 롤런드는 그조차 느끼지 못할 정도로 빠져든다.

한창 성장기를 이어가던 롤런드가 그녀를 내칠 수 없을 판단력은 물론이고 사랑이라고 믿었지만 자신의 이후 삶에 대한 깨우침이 오던 그 식탁 사건은 이후 유망주로 떠올랐던 피아노 연주자, 학업포기란 것을 결정하게 만듦으로써 전혀 다른 인생의 길을 걷는다.

아후 독일인 아내 앨리사를 만나고 아들 로런스를 두지만 어느 날 그녀는 종이 한 장 남기고 자신의 소설가로서의  성공가도를 위해 두 남자를 버리는 행보를 보인다.

소설은 그야말로 롤런드라는  한 사람의 인생이야기를 역사와 시대의 흐름, 그 안에서 주변인들과의 만남과 이별, 그리고 베를린 장벽이 허물어지면서 다시 만나게 된 앨리스까지 자신의 인생 어느  한 부분이 어떻게 삐걱거리면서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는지를 답답함을 겸비한 채 덤덤하게 이어진다.

롤런드의 인생 이야기가 저자의 실제적인 상황과 거의 비슷하면서도 저자의 다른 인생이면 이런 경우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상상을 하면서 읽게 됐는데 특히 이 작품에서 돋보이는 장면들은 한 개인의 인생사를 문학사에 빛나는 인물이나 저자들의 인생과 자신과 아내 앨리사의 결혼생활 비교, 그 외에 시대순으로 펼쳐지는 전쟁이나 정치적인 상황들, 종교에 대한 저자 개인적인 생각이 담겼을 듯한 주장들, 코로나 봉쇄로 삶을 어떻게  이어가고 있는가를 사실적, 허구적인 모든 장치를 통해 그려낸 점이 두드러진다.

저자의 글이 스펀지 흡수하듯 쉽게 읽히는 형태는 아닌데 이 작품 또한 이런 느낌이 들기도 했고 그런 가운데 스토너를 떠올려 보게 했다.

스토너와 롤런드란 남자의 인생 이야기이자 한 개인사의 인생 이야기는 많은 생각들을 던졌는데 우유부단하고 결정적인 순간에 내리는 실행력의 부족성들, 사랑하는 이를 곁에 두고서도 미온적일 수밖에 없었던 모습들은 겹쳐 보인 면이 없지 않아 있어 보인다.

대프니의 일도 그렇고 사후에 펼쳐진 전 남편과의 일(이들 세 사람의 관계는 콩가루도 아니고 이해가 힘들었다.) 앨리사, 미리엄과의 만남을 통해 끝내 분노를 폭발하지 못한 채 시간이 흘러 분노의 감정도 용서가 되더라는 이치의 깨달음들이 허탈하면서도   인생이 뜻대로 흘러가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 또한  드러낸다.

호텔 피아노연주자로서 근근이 살아가던 그의 인생은 노년이 되면서 느끼는 다양한 신체적, 정신적 부분에 이르러 좀 더 편안해지고 자신의 일기장을 태워버리는 그 순간까지도 특별할 것 없는 하나의 일상이자 더 이상 바라는 것도 없는 현재의 삶을 이어가는 모습이 마치 우리들 자화상 같았다.

청소년기부터 노년에 이르기까지 롤런드가 살아온 인생은 주변인들에 둘러싸인 가정의 모습으로써  비로소 안정적이고 평안한 삶의 모습이란 것,  스스로 선택하지 않은 삶에서 부단히 반응, 무반응을 거치며 흐르는 대로 살아간 인생의 삶의 끝 모습은 피아노 레슨이란 규칙적인 반응과 거스를 수 없는 불규칙의 인생 레슨을 통해 거장이 들려주는 한 편의 인생을 느껴볼 수 있는 작품이다.

***** 출판사 도서 지원으로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