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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전들
저스틴 토레스 지음, 송섬별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10월
평점 :

- 나는 방 안에 들어가서,
죽은 남자를 찾았고,
그 사람과 대화했고,
그의 비밀을 끄집어냈다.
퀴어 문학에 관한 다수의 작품들이 출간되는 시대에 좀 색다른 결의 문학을 만난 기분은 뭐랄까, 현실이지 환상인지에 대한 구분은 물론이고 두 사람의 대화를 통해 다분히 이상적인 차원을 넘어선 하나의 목소리 내기처럼 들려왔다.
팰리스라는 현실 속 장소이자 어쩌면 상상의 장소일 수도 있겠다 싶은 구도와 그 속에서 죽어가는 후안과 네네라 불리는 정확한 이름을 밝히지 않은 한 남자와의 만남은 10년 전으로 거슬로 올라가고 이제 다시 네네가 후안을 만나러 오면서 진행된다.
후안이 자신이 죽으면 완성하지 못했던 프로젝트를 남긴다는 두 권의 책, 그 책은 후안을 한때 돌봤던 레즈비언 잰 게이가 연구한 책으로 그녀는 1930년대 퀴어 학자로서 3백 명이 넘는 동성애자를 대상으로 그들이 갖고 있던 욕망과 사랑, 삶에 대한 것들은 증언을 통해 수집한 이다.
책의 구성은 두 사람의 철학적인 대화와 그 속에서 피어나는 유머, 그들의 인생 이야기와 함께 책 두 권 속에 담긴 내용은 철저히 검은 펜으로 지워지고 가려진 상태로 독자들은 그들이 말하고자 한 내용들의 의미를 상상과 추측으로 다가설 수밖에 없다.
철저히 고립된 채 사회 속에서 정신적으로 아픈 사람으로 인식되던 퀴어, 레즈비언들의 삶은 이렇듯 암묵적으로 지워지고 세상으로 나올 수없었으며 동성애란 인식이 낙인으로 찍힌 채 어떻게 살아갈 수 있었는지에 대한 많은 생각들을 던진다.
이러한 행태들이 우생학으로 이어지고 발언권에 대한 제재, 오로지 암흑 속에서 침묵을 강요당하고 커밍아웃에 대한 시선을 감당해야 했던 그들의 목소리는 이렇게 '암전들'이란 의미를 통해 전율처럼 다가오게 만든다.

작품 속에서는 마커팬으로 지워진 글, 사진들과 함께 더욱 사실적으로 다가오는 힘을 발산하는데 퀴어 문학의 새로운 길처럼 보이기도 했고 저자가 허구라고 말했지만 읽는 독자의 입장에서는 허구라고 생각하기에는 진실된 목소리가 실제처럼 들리는 것 같이 느껴진다.
별종이라고 불리던 그들의 목소리는 사회의 인식 변화 속에서 서서히 수용할 수 있는 시대가 오길 희망하는, 지워진다고 해서 지워지지 않는 목소리를 외면하지는 말아야겠다.
***** 출판사 도서 지원으로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