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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산의 사랑 ㅣ 거장의 클래식 6
딩옌 지음, 오지영 옮김 / 글항아리 / 2025년 7월
평점 :

“젊은 세대 중 최고의 작가”란 칭호로 떠오르는 신예작가인 딩예의 소설집이 국내에 출간됐다.
넓은 대륙만큼이나 다양한 민족들이 살아가고 있는 중국에서 저자는 소수 민족에 속하는 둥샹족 출신으로 민족 특성상 이슬람교를 믿는다.
이 작품집에는 이러한 영향으로 7편의 작품들이 구성되어 있으며 대부분 환경상 인접한 곳인 티베트족과 함께 살아가는 무슬림인 회족들의 모습을 함께 그린다.
청량한 하늘과 때론 시릴 만큼 매서운 바람 속에서 저자가 그리는 글들을 접하고 있노라면 타 문학에서 보지 못했던, 단순하고 간결하지만 그 속이 품은 내용들은 곱이곱이 음미를 하지 않을 수가 없을 만큼 좋다.
넘치지도 않고 부족하지도 않은 그들의 삶을 비춘 작품들은 세속과 떨어져 승려의 길을 걷고자 했던 여인이 자신과 엄마를 버린 친아버지의 행방을 쫓기 위해서 나선 여정들의 혼란스러움과 긴장 높은 새로운 감정선이 나타나면서도 수도자의 길과 속세의 길을 두고 방황과 두려움들을 잘 포착한다. (속세의 괴로움)
책 제목이기도 한 '설산의 사랑'은 화재로 불타버린 창고에서 죽은 직원에 대한 보상 문제로 서로의 목숨 값 합의 불발로 인해 집안 결정으로 티베트로 가게 된 마전이 그곳에서 죽은 오빠의 여동생인 융춰와 회족 출신인 자신과의 대비를 다룸으로써 종교적인 이질감, 두 이성 간의 알듯 말듯 한 긴장감 넘치는 감정선들이 모스크와 불교 사원의 벽화처럼 다른 방향을 보인다.
사죄의 의미로 매일 과일을 문 앞에 두던 마전에 대한 융춰의 용서할 수 없는 눈길과 점차 호기심과 호감이라는 서로 어울릴 수 없는 폭발력들은 눈발이 날리고 터놓고 얘기할 수 없는 아슬 함들이 슬픔이란 감정과 함께 잘 그려낸 작품이다.

여기에 현대와 이제는 구시대 사람에 속하는 세대 간의 차별성 있는 사연을 담아낸 '잿물' 같은 경우도 좋았고 7개 작품 속에서 종교에 속한 신앙생활이 삶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고 그 속에서 살아가는 여인들이 받아들이는 삶의 순환(늦둥이), 이슬람의 종교 세라 불리는 자카트를 통해 혈연의 연관은 없지만 종교적인 교리에 따라 착하게 살아가며 이웃을 돕고 자선하는 태도들이 그 후대 자녀들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저자는 각 작품들마다 다른 분위기지만 한 흐름처럼 연이은 느낌을 부여한 감정선들이 좋았다.
익숙하지 않은 회족이나 티베트 사람들의 종교적인 삶을 통해 서로 부대끼며 살아가는 그들의 모습이 저자가 펼치는 자연 풍경과 더불어 여운이 짙게 남게 한 작품들이라 기성 작가들로부터 찬사를 받은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중단편으로 그린 작품들이라 때론 장편소설로 만났더라면 더 좋았겠단 생각이 들 만큼 평범한 삶 속에서 살아가는 등장인물들에게 공감 갔던 내용들을 잘 그려낸 저자의 차후 작품들이 더 출간됐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