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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이 깃든 산 이야기 ㅣ 이판사판
아사다 지로 지음, 이규원 옮김 / 북스피어 / 2025년 9월
평점 :

이판사판 시리즈로 출간된 저자의 자전적 괴담집이다.
영화 파이란, 철도원의 원 저자이기도 한 아사다 지로의 어린 시절을 토대로 일본 색채가 두드러진 특유의 괴담이라 각 작품을 대할 때마다 섬뜩한 느낌과 함께 등골이 서늘함이 전해진다.
무사시 미타케산이라 불리는 영산이 있는 저자의 실제 외가가 있던 곳에서 어린 시절 이모가 들려주던 이야기를 토대로 수록한 이번 소설집에서는 각기 다른 괴담을 통해 실제인지 허구인지에 대한 모호한 성격의 분위기와 설령 그것이 거짓된 이야기라 할지라도 인간이 사는 세상에서는 밝혀지지 않은 모종의 신비함이 깃들어 있다는 것을 생각해 보게 한다.
첫 이야기인 붉은 실은 로미와 줄리엣을 연상시킨 불운의 젊은 남녀의 안타까운 사랑이야기를 그리는데 두 사람의 손목을 함께 묶었던 붉은 실을 통해 계급과 신분차이를 넘어서지 못하고 스스로 삶을 저버린 이들의 안타까운 사연과 함께 산 자를 죽은 자처럼 여기는 진행들이 왠지 잔혹하면서도 그것이 그들이 원한바라면 남아있는 자들의 선택은 과연 옳은 행보였을까?를 되새겨 본다.
한 이야기가 끝나면서 저자 자신의 페르소나처럼 여겨지는 소년이 겪은 경험들과 분위기가 연결되고 다시 이모가 들려주는 각 다양한 사연들은 나름대로 설득력이 지닌다.

그중에서 가장 인상 깊은 이야기라면 '산이 흔들리다.'-
관동대지진이 천재지변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발생원인을 불령선언 즉 일본으로부터 독립을 원하는 조선인들이 벌인 것이라고 유언비어가 퍼지는 가운데 이타루의 외침이 의미심장하다.
- 천재지변은 어느 누구의 탓도 아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누군가의 탓으로 돌리지 않으면 분이 풀리지 않겠죠. 신령님 탓이라고 한다면 신사가 불타더라도 어쩔 수 없겠지요."
-"조선인 탓으로 돌리느니 차라리 신령님 탓으로 돌리는 게 낫습니다. 아닙니까!"
몸이 약한 장남 이타루가 말한 부분들이 그나마 옳은 정신을 갖고 있던 일본인들 중 한 명이라 다행이란 생각과 저자가 이타루를 대신해 소신발언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지어낸 이야기도 무섭지만 실제 이야기만큼 더 무서운 것도 없다.
특히 만들어진 허구가 아닌 저자가 실제 자전적 이야기로 담아낸 작품이라니 이 세상은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세상이 여전히 존재함을, 그 미지의 세계 속에서는 또 어떤 괴담으로 인간들의 마음을 흔들지, 잠자리에서 듣는 이야기이지만 잠이 푹 들지는 않을 것 같다.
***** 출판사 도서 협찬으로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