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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시지와 광기
야콥 하인 지음, 박경희 옮김 / 문학동네 / 2025년 4월
평점 :

건강에 대한 관심이 많아진 현대사회에서 채식주의가 사회 주류로 인식되면서 벌어지는 일을 다룬 작품으로 소설의 형태를 갖추고 있지만 사회적 시선과 식습관에 대한 많은 것들을 생각해 볼 수 있는 작품이다.
어느 날 채식주의가 사회의 당연한 식사로 인식되면서 육식을 통해 자신의 포만감을 느끼던 주인공이 형사 앞에서 조서를 쓴 형태로 시작하는 내용은 자신 스스로가 원해서라기보다는 어쩔 수없이 선택해야 만 했던 시점으로 돌아가 풀어낸다.
마트에서 정육점 코너는 다른 코너와는 별개로 구분이 되고 회식에서조차 자신이 원하는 음식을 맘껏 먹을 수없었던 주인공, 그는 채식주의자로 살 것을 결심하고 실행에 옮긴다.
그 실행 속에 냉장고에 있는 소시지 하나를 먹고 싶다는 유혹, 거리에서 소시지가 떨어진 것을 보고 줍고 싶다는 유혹, 사방이 모두 이런 유혹들에서 벗어나기란 쉽지 않았고 허기와 배가 너무나 고팠던 그의 모습은 짜증과 화를 내며 신체적인 변화에까지 이른다.
그러던 그가 채식주의자 블로거와 소통하면서 그의 지침대로 꾸준한 노력을 하는 가운에 육수맛내기 69라는 육식 지하조직의 수장을 만남으로써 변화를 모색하는데, 양 주장 사이에서 그가 겪는 혼란들과 행동들은 그가 쏟아낸 조서를 통해 더욱 실감 나는 모습으로 다가온다.

책은 육식파를 주장하는 블로거의 주장대로 불교계와 제약산업, 포르노, 무기산업, 콩과 두부 사업체가 지닌 카르텔이 채식주의에 대한 잘못된 것들을 퍼뜨리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이를 다시 예전의 식습관인 육식주의로 돌려놓기 위해 함께 하자는 의견과 반대로 채식주의자인 톰 두부가 알려주는 채식주의자로 가는 길에 대한 조언들의 비교는 동물권 보호나 환경오염, 공장형 축산의 현실정에 대한 비판을 비교해 보게 된다.
그가 같은 곳에서 두 사람을 만나는 대목에서 느꼈을 분노와 일종의 배신 감정은 작가가 시종 냉소적이고 유머스러운 글들로 인해 블랙 코미디처럼 느껴지게끔 그렸다는 점, 그럼에도 오늘날 채식주의가 정의처럼 도덕적으로 수용이 되는 사회현상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가를 묻는 듯하다.
실제 저자가 채식주의자란 점에서 일종의 어떤 우월성을 내세우며 자신들의 뜻과 부합하지 않은 이들에게 폭력의 형태로 가하는 일들을 풍자를 가미해 그린 작품이라 생각할 부분이 적지 않은 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