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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이란 이름의 기억 + 평화란 이름의 폐허 세트 - 전2권 ㅣ 테익스칼란 제국
아케이디 마틴 지음, 김지원 옮김 / 황금가지 / 2025년 7월
평점 :

휴고상 최우수 장편상, 콤턴 크룩상, 로커스상을 두 권에 걸쳐 수상한 스페이스 오페라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 작품이다.
일명 '테익스칼란 제국 시리즈'로 불리는 두 권의 작품 내용은 우주의 거대한 제국인 테익스칼란 제국에서 식민기지가 아닌 독자적인 행성을 이루고 있는 르셀 스테이션의 대사로서 활동한 전임 대사의 죽음으로 차기 대사로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건너간 마히트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소설이다.
르셀 제국에는 전대로부터 내려온 지식을 수용하고 이어가고자 '이마고 머신'이라고 불리는 칩을 머리에 심고 과거의 경험축적과 현재, 그리고 미래까지 생각해 독자적으로 발전시켜 온 비밀을 지니고 있는 바, 마히트는 전임자 이스칸드르의 활동 20년 중 5년에 해당하는 이마고 머신을 심은 채 활약한다.
1권의 내용의 주축을 이루는 전임대사의 수상한 죽음을 밝히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테익스칼란 제국 내의 내란과 맞불려 르셀 스테이션이 식민지로 전락하지 않기 위한 방법으로 테익스칼란 황제를 비롯한 정치적인 모험을 마히트에게 임무를 수행하게 하면서 벌어지는 여정을 보인 내용, 여기에 마히트 내에 이스칸드르가 자신의 시체를 보고 그녀의 머릿속에서 사라짐과 동시에 죽은 시체에서 꺼낸 이마고 머신을 다시 삽입하면서 동시에 두 명의 이스칸드르와 마히트 본인이라는 세 명의 인격체가 공존하는 모습이 한 사람의 진정한 인격체 내에 본연의 모습은 무엇인지를 묻는다.

1권에서 극적으로 외계인의 존재와 경고를 통해 위험에서 빠져나온 마히트가 정작 고국에 돌아오지만 그녀의 이마고 머신 해부를 실행하려는 유산협회의 계획에서 탈출하기 위한 그녀의 긴박한 시간들과 외계인의 공격으로 테익스칼란 함대가 위험에 빠지면서 급히 차출된 정보부 소속 세 가닥 해초를 다시 만나면서 해결하는 과정이 2권에서 그려진다.
1.2권 모두 비잔티움 문명, 로마, 몽골제국, 아즈텍 문명을 답습하 듯한 설정들이 섞이면서 자신들 외에는 모두 야만인이라고 생각하는 테익스칼란 체제의 모습들이나 여기서 시를 통해 은유와 암시, 해석을 통해 주된 쟁점사안들을 다루는 과정, 외지에서 홀로 결정하고 실천해야 하는 환경에 놓인 마히트란 인물의 고독들이 판타지물을 표방하면서도 과거 역사의 부분들을 이용한 것들이 눈에 띈다.
스스로 독자적인 길을 가기 위한 계획을 꾀한 르셀 스테이션의 나름대로의 고충, 점령하기 위해 전쟁을 불사하는 것만이 아닌 서로의 언어를 이해하고 소통하면서 무엇을 원하는가에 대한 외교적인 행동들은 배경만 우주일 뿐 실상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이 시대의 모든 정치와 문화, 관습들을 보인다.
작품 전체에서 다루는 기억과 자신의 본체는 무엇인가에 대한 끊임없는 물음을 던지게 함으로써 근 미래의 발전된 어떤 모습들을 상상하게 만들기도 한 이번 소설은 솔직히 다른 스페이스 오페라 작품보다 읽기가 수월하지 않았다.
전임대사와의 한 몸이되 개별적인 인격으로 나서는 과정들이 흥미로웠던 반면, 아쉬운 점에서 책의 구성상 본문을 들어가기 전 배경적인 부분들을 미리 알려주는 할애 부분이 없다는 점, 내용 속 명칭이 익숙하게 읽히기까지 시간이 소요되고 이를 미주에 모두 담아냈기에 읽으면서 앞뒤로 번갈아 가며 읽어야 했던 부분들이 많이 아쉬웠다.

문장에서도 매끄럽게 읽을 수없는 부분들도 있었고 저자가 굳이 내용 중에 동성의 사랑 부분을 다루지 않았어도 작품 내용면에서는 빼도 좋았을 듯싶은 부분으로 남는다.
권위와 승계, 그 안에서 벌어지는 전략과 위협에서 빠져나오는 임기응변들, 언어의 해체와 분리, 화합들에 이어 독자적인 자신의 삶을 다시 꿈꾸는 주인공의 활약이 거대한 우주를 통해 그려진 작품이라 스페이스 오페라 장르를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재밌게 읽을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