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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셜리 1~2 세트 - 전2권
샬럿 브론테 지음, 송은주 옮김 / 은행나무 / 2025년 3월
평점 :

제인에어의 저자인 살럿 브론테의 유일한 국내 미출간작으로 이번에 국내 초역으로 만나본 작품이다.
빅토리아 시대에 태어난 저자의 시대 상황상 그 안에서 제도적 신분계급의 격차, 로맨스와 급격하게 변화하는 산업혁명이란 흐름 속에서 저마다 살아가는 인간들의 모습을 포착해 그려낸다.
제목이 셜리라 처음부터 주인공이 등장하길 기대했는데 웬걸! 276페이지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등장하는 귀한 인물이셨으니 저자의 이러한 구성 의도가 궁금해진다,
일찍부터 부모가 헤어지는 바람에 숙부인 사제 목사 헬스턴의 보호하에 성장한 캐럴라인은 사촌인 제라르 무어를 좋아하고 사랑한다고 느낀다.
하지만 무어가 현실적으로 처해있는 상황은 방직기계를 들여옴으로써 직공들의 해고와 맞물린 그들의 불평과 불안, 불만으로 인해 대척점에 서고 있다는 것과 국내외 정치상황으로 수출길이 막히면서 자금조달에 시달리는 불안함을 지닌 채 살아가고 있다,
이는 그가 자신의 사랑이란 감정에 충실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생각과 캐럴라인에 대한 사촌으로서 바라보는 감정 이상으로 더 이상 진전하길 꺼리는 것도 당연한 것.
여기에 드디어 셜리 양이 등장하면서 그녀가 지닌 당대에서 보기 드문 재산상속자란 것과 여유 있는 자금을 갖고 있다는 설정은 소문에 의해 그들 사이가 친근하다는 것과 겹쳐 캐롤라인을 더욱 고립되게 한다.

저자가 그린 배경은 빅토리아 시대의 산업혁명에 의한 노동자들의 권리요구와 관련된 운동과 기계의 발전으로 인해 직공들이 설 자리가 점차 좁아진다는 설정, 이 시대의 여성들의 삶이 그렇듯 캐럴라인을 대표하는 여성들이 지닌 자립과 독립의지는 쉽게 이루어지지 않음을 보여준다.
가정교사를 꿈꾸며 숙부의 보호를 떠나 한 여성으로서 자신 스스로 내린 결정과 의지를 할 수 있길 기대하는 캐럴라인이지만 주변의 만류와 그녀 스스로 무어와의 사랑까지 포함한 여건들이 주저 않게 만든다.
반면 셜리란 인물은 여성으로서 남성적인 이름도 그렇지만 남성들의 지위를 겸하면서 무어를 지지하고 도와주는 모습과 자신이 생각하는 결혼관에 대해 친척에게 뚜렷한 주관을 드러내는 장면은 대조되는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서로의 이상을 향한 사랑의 감정 앞에서는 각기 다른 행보를 통해 성취한다는 점에서는 결이 다르지만 결국 여성이 이성에 대한 공통된 감정을 느끼고 남성을 앞세우며 그녀들 스스로 가정 안주인으로서 안착하는 결정은 여전히 시대의 관습적인 행보에 익숙함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저자가 그린 제인에어와는 다르긴 하지만 로맨스를 통한 남녀의 결혼을 통해 성공적인 모습에서는 비슷한 부분이라고 할 수 있으며 여기에 로맨스만 다루는 것이 아닌 각 신분마다 처해있던 상황을 각 개인들이 어떻게 사회 속에 스며들어 안착하기까지의 과정과 고용주와 고용인의 처지에서 바라보는 사회적인 발전현상에 따른 기류 상승과 거부가 개인의 삶에 미치는 영향까지 고려해 보는 사회소설로써도 바라봐도 무방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너무 소극적이다 못해 자신 스스로를 태워버릴 정도로 스러져갔던 캐롤라인의 사랑에 대한 고통들, 셜리를 자신의 사람으로 만들기까지 긴장미를 갖게 한 루이스, 결혼 자체에 대한 거부감과 여성에 대한 찬사까지는 바라지 않더라도 경멸에 가까운 생각을 지닌 헬스턴 사제를 비롯한 기타 귀족계급 사람들의 시선은 시대적 사회모습을 느낄 수 있는 부분이다.

제인에어처럼 쉽게 읽히는 소설은 아니었다.(개인적 생각)
긴 문장과 각 다양한 사람들이 쏟아내는 말과 시선들, 여기에 긴 묘사 부분들이 지루함을 느끼게 했는데 이런 고비를 넘기고 나면 두 쌍의 연인들이 결혼으로 성공하기까지의 여정이 기존 고전 로맨스물에서 느꼈던 부분들을 연일 떠올리게 함으로 제인에어와 비교해 가며 읽어도 좋을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