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어진 사슬과 빛의 조각

끊어진 사슬과 빛의 조각 ㅣ 레이디가가
아라키 아카네 지음, 이규원 옮김 / 북스피어 / 2025년 4월

에도가와 란포 상 역대 최연소 수상이라는 쾌거를 이룬 저자의 신작-

1막과 2막으로 나뉘어 전혀 다른 이야기 구상을 시도하며 들려주는 내용은 진실의 내막이 밝혀지기까지의 궁금증을 더욱 드높인다.

고교시절 축구부 단체생활을 하던 히토는 선배 기다의  폭행사건에 대한 복수를 다짐하고  연관 있는 오오이시와 친해진다.

이후 오오이시의 친구들과 다시 어울리면서 아다시마라는 외딴섬에 놀러 가기로 한 기회를 이용, 비소를 음료에 타서 모두 죽이기로 결심하고 자신도 자살하면서 사건의 경위를 미리 업로드한 상태로 올려놓은 상태,  하지만 자신이 일을 저지르기도 전에 하나둘씩 혀가 절단되고 죽은 채로 발견이 되는 일련의 사건이 벌어진다.

특이한 점은 시체를 발견한 최초의 자가 바로 다음 살인사건의 타깃이 된다는 점, 마치 일렬로 이뤄지듯 빈틈없이 발생하는 사건의 전말은 그 자신조차도 피해를 입게 되는데...

한편 3년이 흐른 후 환경미화원 소속으로 일하는 요코시마 마리아는 쓰레기 수거장에서 신체가 절단되고 혀가 잘린 봉투를 발견하게 되고 이 시체의 신원이  요즘 발생한 연이은 연쇄살인의 마지막 목격자였던 신원으로 밝혀지면서 마리아는 경찰의 신변보호를 받게 된다.

전혀 연관성이 없는 두 개의 별개 사건은 시간과 범행 연관성, 장소까지 그 어떤 것도 통일되지 않은 면들이 보이면서 궁지에 몰린 듯했지만 저자가 그리는 두 가지 사건이 서로 맞춰지는 과정에서 드러나는 진실의 내막은 기대 이상으로 좋았다.

저자가 밝혔듯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ABC살인사건'을 오마주 하면서 사회 내에서 벌어지는 남녀 간의 차별과 가정 내에서도 이뤄지는 남녀 간의 차별들을 함께 보이는 장면들이 사회파 미스터리와 밀실살인이란 복합적인 부분들을 하나하나 해체하면서 들려주는 장면이 시원하다.

여성부하직원에 대한 멸시와 차별을 이기고 마리아와 함께 사건의 진실을 캐기 위해 사건중심에 서게 되는 이쿠코의 활약은  범인의 실체가 밝혀지고 살인의 이유가 드러나는 순간 왜 이런 일들이 발생하게 된 이유는 무엇이었는가에 대한 물음들을 던진다.

맹목적인 사랑과 그 사랑에 대한 소유욕과 지배가 빚어낸 비극, 히토가 선배의 폭행사건으로 시작됐던 부분에서 가족도 아닌 후배가 복수를 다짐한 이유가 조금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었는데 뒤로 갈수록 저자가 제시한 가족 이상의 연대감정과 이를 비롯한 범인의 그릇된 행동처사들이 한데 모여 이토록 엄청난 사건으로 이뤄지는 과정은 뭐라 말할 수 없는 비애의 감정이 들었다.

오로지 한 가지 목적만을 위해서 벌인 범행이 피해자와 가해자, 그 주변 가족들에게 끼칠 영향까지 고려한다면 깔끔한 사건 해결 외에도 좀 더 사회적인 시각에서 들여다보게 한 작품이기도 하다.

남자 주인공 형사의 활약이나 여성과 함께 사건에 뛰어든 작품들은 있지만 여성끼리 합을 이뤄 사건을 해결해 가는 작품은 드물다 싶은데, 저자가 그린 이번 작품은 그런 점에서 신선했던 소설이다.

 **** 출판사 협찬으로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