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가의 루시 - 루시 바턴 시리즈 루시 바턴 시리즈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지음, 정연희 옮김 / 문학동네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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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루시 바턴 시리즈'라고 알려진 저자의 신작, 전작인 오! 윌리엄을 생각하면 여전히 윌리엄이 곱게 보이진 않지만 저자는 생각보다 빠르게 후속자인 이번 신작을 출간했다.



배경이 팬데믹 세상이 서서히 조짐을 보이는 시기, 발 빠르게 루시를 데리고 메인주 해변가 마을로 피신하는 윌리엄의 모습을 보니 조금은 용서가 되는 기분(?)-



그런데 오! 윌리엄에서도 이해를 할 수 없는 그들만의 이혼한 부부 관계, 이것이 미국식이라서 그런진 몰라도 이번에도 윌리엄 곁을 떠난 새 아내 에스텔과 딸 브리짓에 대한 이별도 그렇고 윌리엄을 따라나선 루시의 행동도 딸들의 아빠이자 한때는 사랑해서 20여 년 간의 부부의 삶을 살았던  남자이기 때문에 함께 생활하는 모습이 내게는 여전히 낯선 풍경으로 다가왔다.




빠른 시일 내에 가라앉을 거란 생각과는 달리 팬데믹 여파는 길어지고 뉴욕주에서 온 이방인을 대하는 메인 주 사람들이 차가운 시선, 그러면서 차츰 적응해 가는 모습들이 위기에 처한 상황이 어떻게 이들의 관계를 다시 회복하면서 제대로 돌아보는 계기가 되는지는 찬찬히 그린다.







저자의 특징인 글의 흐름들이 이 작품에서도 여전한데 삶에서 언뜻 지나칠 수도 있는 부분적인 단면들의 포착을 통해 그들을 통해 독자들 나름대로 함께 공감하고 그 공감의 감정선이 어느 특별할 것 없는 보통의 삶의 한 일면일 수도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한다.





남편의 불륜과 이혼, 딸들이 겪었던 아픔들, 여기에 지인들의 죽음과 남편의 비밀을 알고서 나이가 든다는 것은 무엇일까에 대한 생각들, 전작에서 이부 누이와의 만남도 한 개인사에 관한 비밀 부분처럼 여겨진 것도 이 작품에서는 팬데믹을 통해 서로 소통하는 계기가 되고 이는 서로가 서로에게 가족이란 관계는 물론 그 밖에 가까운 곳에 있었던 이들의 연결 부분들이 사실 그렇게 먼 곳에 있지 않음을 느껴보게 한다.






부모로서 자식이 성장한 뒤에도 여전한 걱정거리는 마음속에 들어있다는 사실들이 동서양을 막론하고 생활방식 차이만 있을 뿐 잘 살기 바라는 마음을 고백하는 장면들은 한 여인으로서 자신이 살아온 경험담을 솔직하게 고백한 부분이 가슴에 와닿았다.




뉴욕이란 장소에서 거주하며 살면서도 윌리엄과 함께했던 그 시절의 안정감이 재혼한 남편과 함께 했을 때 느꼈던 감정과는 다르다는 사실, 문득 인간은 자신이 가장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던 사람을 제대로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실은 그렇지 못하다는 것을 깨닫는 루시를 보면서 많은 생각들이 들었다.




-우리 모두 스스로가 큰 무게를 두는 사람들—그리고 장소들—그리고 사물들—과 함께 산다. 하지만 우리는 무게가 없다, 결국에는.- p 245








데이비드를 사랑했지만 결국 윌리엄이 자신을 세상으로 나오게 해 준  장본인이자 아이들의 아빠이고 그런 그에게 예전보다는 훨씬 이해를 할 수 있게 된 여유와 고통의 시절을 겪은 후 느낀 겸손함에 대한 문장은 저자만의 문장력으로 빛난다.



-정말로 겸손해지면 그렇게 될 수 있다. 나는 살면서 그 사실을 알게 되었다. 더 성장하거나 더 비통해지거나, 이것이 내가 생각하는 것이다. - p 355








팬데믹을 통해 소소한 작은 일부터 미국 내에서 벌어진 정치와 사회에서 벌어진 여러 가지 일들을 함께 엮으면서 바라보고 생각한 루시의 생각전환들은 이 작품을 읽으면서 앞으로 루시와 윌리엄에게 또 다른 아픔은 없길 바라는 마음이 들었다.



(여기에 올리브 키터리지 등장 또한 재밌고도 반가운 부분)




그것이 그들에겐 돌고 돌아 각자가 살아온 시간들에 대한 보상처럼, 이제는 다른 이성에게 눈 돌리지 말고 서로에게 충실한 삶으로 살아가길, 루시 바턴 시리즈를 읽은 독라라면 모두 바라는 마음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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