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덟 밤
안드레 애치먼 지음, 백지민 옮김 / 비채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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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 미 바이 유어 네임,  [하버드 스퀘어]를 통해 그 연령대가 겪을 수 있는 사랑의 단면을 포착해 유려한 문체로 독자들에게 이름을 알린 저자의 신작-








어느 크리스마스 파티에 홀로 참석한 프란츠는 아무하고도 대화하고 싶은 마음이 없어 크리스마스트리 뒤편에 숨어든다.



그곳에서 마치 자신의 생각과 같은 듯 동질성을 느낀 한 여인을 만나게 되니 "나는 클라라예요.'란 말로 이미 자신의 마음속에 들어와 버린 그녀를 두고 남다른 감정을 느끼게 된다.



이후 여덟 밤을 통해 매일 그녀와 만나면서 갖게 되는 '사랑'이란 감정에 대해 진행되는 심리의 변화를 그린 이 작품은 초기 연애에서 느끼는 설렘부터 시작해 상대와 만나고 집에 바래다주고 그녀와 함께 사랑을 하고 싶다는 마음과 그 이면에 자리 잡은 불안감들을 섬세한 내면 속을 들여다본 듯 그린다.




어떤 큰 획일적인 사건을 통해서 둘이 가까워진다거나 나와 다른 사람일 것이란 가능성에 대한 심리적인 불안감, 서로가 다른 이성을 만나고 헤어지게 된 이야기부터 허심탄회하게 털어놓는 진행들은 어느 연인들 같은 모습처럼 다가온다.



이렇게 무난한 둘의 만남이 더욱 빛을 발하면서 작품을 돋보이게 하는 것은 바로 평범성이다.




특별날 것 없는 하루하루의 날을 함께 만나고 먹고 마시고 영화를 보고 음악에 대해 나누는 장면들, 어느 순간 다가설 듯 한 포즈 앞에 설렘을 동반하지만 이내 다시 뒤로 물러나버리는 상대방의 언행에 대한 모순적인 일들까지, 어디에 기준을 둬야 나의 마음을 알아줄 수 있는가에 대한 고민과 사랑을 하고 싶고 원하며 함께 있고 싶지만 그 이후의 불안함이 존재하고 있다는 흐름들이 두 남녀가 생각하고 바라는 이상적인 '사랑'의 모습들은 무엇인가를 의식의 변화 흐름처럼 그려놓는다.







- 우리가 다시는 만날, 또는 정확히 똑같은 조건으로는 만날 가능성이 없다는 걸 알면서도, 그리움이란 우리를 우리라는 사람으로 만들어주고 우리라는 사람보다도 나아지게 만들어주므로, 그리움이란 심장을 채워주므로, 우리가 그럼에도 그리워하기로 작심한 누군가를 그리워하는 식으로 말이다.


심장을 채워주므로.

부재와 설움과 애도가 심장을 채워주는 식으로 말이다.- p 196



 전 작에서도 그렇지만 작가의 영화, 음악을 이용한 배경들은 이 작품 속에서도 여전한데 마치 독자들이 그 영화나 음악들을 함께 보고 들으며 그들 곁에서 그들이 나누는 얘기를 듣고 있다는 느낌마저 들게 하는, 그러면서도 두 사람이 걷는 소복이 쌓인 거리의 풍경들과 함께 세트조합으로도 안성맞춤으로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어떤 이성에 대해 무방비인 마음 상태로 있다가 한눈에 그 상대와 사랑에 빠져본 경험을 해본 이들이라면 이 두 사람이 서로 주고받는 대화 속에 깊이 공감하면서 읽을 수도 있겠고, 그 감정의 여러 변주들이 실제처럼 다가오게 그린 점은 인간들이 느낄 수 있는 감정의 고백과 내면의 설렘과 불안들이 문체로 거듭날 때 어떤 효과를 발휘하는지를 잘 그려낸 작품이다.



빠르게 만나고 헤어짐을 반복하는 요즘, 고전적인 느낌을 받으며 읽게 되는  소설이라 사랑에 대한 낭만과 설렘, 그리고 불안감들을 20대 후반의 젊은이들을 통해 다시 느껴보고 싶다면 남다른 감성을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출판사 도서 협찬으로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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