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질은 부드러워
아구스티나 바스테리카 지음, 남명성 옮김 / 해냄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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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를 쓰기에 앞서 이렇게 힘든 감정이 들게 한 책도 오랜만이다.



웬만하면 책을 읽기 시작할 때 끝까지 읽지만 이 책을 처음 읽기 시작할 때 든 생각은 아! 끝까지 읽어야 하나?, 중도에 포기해야 하나? 란 갈등이 앞서게 한 작품이다.



조지오웰을 연상하게 하는 디스토피아 설정의 구도가 꾸역꾸역 넘어오는 무언가를 자제하며 읽어야만 하는 암울한 세계는 독자들을 그 공간으로 끌고 간다.



바이러스로 동물들이 감염되면서 모두 죽인 세상이 되자 인간들은 새로운 대체 식품으로 인육을 찾는다는 파격적인 설정으로 시작한다.



인간이라 불러도 안 되는 '그것'이라고 불리는 이런 시스템은 회사공급처와 국가의 승인하에 전문적으로 사람이되 사람이 아닌 인육을 키우고 도살하면서 각 가정에서 필요로 하는 부위를 찾는 시스템으로 이뤄진다.



주인공 테오는 요양원에 모신 아버지의 입원비의 만만찮은 비용 때문에 이를 충당하고자 육류가공공장 이인자로서 살아가는, 아이를 잃은 가장이자 부인과도 떨어져 지내는 회사원이다.



그가 지켜본 시스템의 과정은 흡사 우리가 실제 식용하고 있는 도살장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 묘사한다.



대상이 소나 돼지만 아닐 뿐 인간을 그대로 동물처럼 등급을 매기고 죽이는 첫 과정부터 필요한 부위가 어떤 요리를 거쳐 사람의 입으로 들어가는지, 비단 이것만이 아니라 수렵장에서도 식용 인간을 구매해 풀어놓고 죽이는 행위와 식용하는 행태는 물론이고  종교를 통해 스스로 죽음을 자처하는 자들, 좀비처럼 철조망에 기대어 인육을 먹기 위해 또 다른 감행을 하는 스캐빈저들, 수컷과 암컷, 임신한 암컷이란 용어를 통해 순순한 혈종과 유전자 변형방식의 형태를 통해 사육되는  그야말로 끔찍한 가상의 세계를 그려놓고 있지만 읽는 내내 현실의 우리들이 취하는 음식 형태를 그린 것 같았다.



초반 1부에서 이런 시스템을 알고는 있지만 현실적인 문제에 부딪친 테오가 생각하는 모습을 통해 독자들을 실상 현장실습처럼 동반한 듯한 느낌으로 몰아넣는다면 2부에서는 또 다른 딜레마에 봉착한 세계를 그린다.



관계를 맺고 있던 업체로부터 느닷없이 받게 된 순수 혈종이란 불리는 FGP 암컷을 두고 나름대로 고심했던 그가 어느 순간 암컷과 관계를 가지면서 임신을 하게 되는 흐름과 이를 두고 벌어질 차후에 발생한 고민들은 자식을 잃은 그에게 하나의 희망처럼 여겨지면서도 섬뜩한 공포감을 자아낸다.




엄밀히 말하면 인간도 동물이지만 과연 육식을 할 수 없는 세상이 도래한다면 과연 인간들은 이 소설 속에서 그려진 세상처럼 서로 먹고 먹히는 약육강식의 세계, 오락처럼 아무런 감정 없이 신체 어떤 부위를 선호한다는 호감도를 드러내며 식용할 수 있는가에 대한 물음들이 연일 떠올릴 수밖에 없는 암울함을 던진 문제작이다.




테오 스스로가 옳지 못한 행위임을 알고 있음에도 적응할 수밖에 없는 딜레마는  이 책에서 유일한 양심가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마지막 반전 앞에서는 뭐랄까, 결과물이 어떻게 흐를까에 대해 만감이 교차했다.




발표 당시 큰 관심을 불러일으킨 작품으로 적나라하게 표현한 부분들이 생생하게 떠오를 만큼 당분간 잊히지 않을 만큼 독특하게 다가온 내용, 특히 영상으로 제작화된다고 하니 디스토피아 세계를 어떻게 표현할지 궁금해진다.







*****출판사 도서 협찬으로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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