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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옷의 어둠 ㅣ 모토로이 하야타 시리즈
미쓰다 신조 지음, 민경욱 옮김 / 비채 / 2024년 4월
평점 :
아마추어 탐정 '모토로이 하야타' 시리즈 세 번째 작품으로 전 작품 속 배경이 탄광, 등대지기에 이어 이번에는 '암시장'을 배경으로 다룬다.
일본 패전 후 초토화되다시피 한 일본 국내에서 일본 정부와 미 점령군 사이의 암묵적인 협의로 암암리에 퍼지면서 점차 하나의 상권처럼 이뤄진 '암시장'의 모습과 그 속에서 살기 위해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 모습을 비춘다.
하야타가 대학 동창인 신이치의 초대로 데키야의 존재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호쇼지란 곳에서 암시장의 실질 지배자인 데키야로 일하는 아버지와 친분 있는 기사이치 기치노스케를 만난다.
호쇼지란 곳에서 일명 밤거리 일을 하는 여성들 사이에서 퍼진 '붉은 미로의 붉은 옷'을 입은 자가 그곳 일대의 좁고 틈이 없는 협소한 암시장을 형성하고 있는 일대에 나타난다는 소문, 이와 함께 임산부인 기사이치의 딸 쇼코가 죽은 사건이 발생한다.
당시 현장에는 기사이치의 손에 피와 태아가 있었다는 사실과 함께 결정적 용의자로 지목되고 뒤를 이어 계속 붉은 옷의 형체가 나타나 임산부들을 노리는 일들이 발생하게 되는데, 과연 하야타는 이 사건의 진범을 밝혀낼 수 있을까?
호러 공포 추리 스릴러의 뭔지 모를 오싹함, 손에 잡힐 듯 잡히지 않는 존재를 두각 시키면서 한번 들어서면 좀체 빠져나올 수 없는 미로에 대한 극한의 두려움은 독자들에게 이입된다.
특히 전면에 근대 일본사에 대한 역사적인 흐름들을 함께 보인 작품은 일본 패전 후 피폐해진 나라에서 겪는 일본국민들, 전쟁고아들, 일명 제삼국인이라 불린 조선인, 중국인들까지 역사적인 고증을 토대로 살인사건의 실체를 찾아가는 여정이라 진행이 이어질수록 숨이 막히는 긴장감들이 들어있다.
저자는 하아타라는 인물을 통해 당시 일본의 상황을 그려 보인다.
정치세력, 자본주의, 장교들에 의해서 비축식량이 착복되고 이를 다시 시장에서는 암거래로 구할 수밖에 없는 경제체제에 대한 비판, 여기에 밀실살인을 통해 벌어진 사건해결을 위해 붉은 미로를 헤매는 하야타가 풀어내는 사건의 실마리들은 한 편의 일본역사를 보는 듯하면서도 동시대의 한국에서 살아가던 국민들의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몸빼 바지나 양공주라고 불렸던 여인들의 삶, 전쟁고아와 그 어느 나라에도 속할 수 없었던 제 삼국인이란 존재에 대한 이야기는 흡사 한국 이야기라고 할 정도로 일치된 부분들을 담아냈다.
진짜로 붉은 옷을 입은 자는 있는 것인가? 아님 내려오는 이야기를 빗대어 하나의 이야기가 진짜로 받아들여지는 여건을 조장해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인가?
각 등장인물들마다 모두 사건 속에서 원인 제공을 할 수도 있는 정황들을 가지고 있다는 설정과 함께 잭 더리퍼란 존재의 출현까지 저자의 특기인 전통이야기를 적절히 섞어 만들어낸 이야기는 호러공포소설의 맛과 사회파 미스터리까지 넘나든 흡입력으로 또 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도조겐야 시리즈에 이어 새로운 시리즈로 선보인 '모토로이 하야타' 시리즈-
하야타가 다음엔 어떤 모험을 들려줄지 기대된다. (그나저나 새로운 도조 겐야 시리즈는 언제 들려줄는지...)
***** 출판사 도서 협찬으로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