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살주식회사
잭 런던 지음, 한원희 옮김 / 문학동네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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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성의 부름'이란 작품으로 널리 알려진 저자의 스릴러물로 작품을 쓰게 된 계기가 독특하다.


싱클레어 루이스(1930년도 노벨문학상 수상자)에게 70달러를 주고 산 14개의 이야기 개요 중 하나에 해당되는 이 작품은 스스로 논리적으로 끝맺지 못하겠다는 이유로 집필을 중단한 작품이라고 한다.



덕분에 그가 쓴 글 이후에는 1963년 로버트 L. 피시가 이어받은 글로 여정을 마쳤다는 이색적인 작품이라 왜 그랬을까에 대한 의문이 들지 않을 수가 없었다.



작품을 읽기 시작하면서 어느 정도 저자의 마음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었는데 기존의 스릴러에서 느낄 수 있는 전형적인 그림들과는 다른 주제면에서  관점을 제시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러시아 태생인 드라고밀로프는 법의 테두리 밖에서 어떤 인물들을 처단하는 암살국 회사를 세운 자다.



이 암살국은 의뢰인의 요청을 받고 즉시 행하는 것이 아닌 자신들 만의 원칙을 갖고 그 조사를 통해 그 원칙에 부합된다면 즉시 실천에 옮기는 회사다.



그 원칙이란 무정부의자로서 본인은 물론 그 수하에 있는 자들도 갖고 있는 신념으로 돈이나 정의감보다는 윤리의식과 도덕감이란 정신에 입각해 결정을 내리는 방식이다.



그렇게 때문에 한번 결정된 사안은 그 어떤 일이 있더라도 포기나 물러설 수 없다는 생각으로 모인 그들은 그 자신들의 존재도 일반 암살자들과도 다른 면모를 보인다.



학자, 철학자, 교수, 편집자에 이르기까지 그들이 행해왔던 일들에 비하면 결코 어울릴 수 없는 일을 하는데 그들 스스로의 자긍심은 말할 것도 없는 가운데  여기에 젊은 백만장자인 윈터 홀이 접근해 오면서 양상이 달라진다.



연이은 의문사에 의심을 품던 그가 마침내 드라고밀로프를 대면하고 홀은 당신을 암살해 달라는 요구를 하면서  둘 사이의 쟁쟁한 논쟁을 펼친 결과 드라로밀로프는 홀의 논리를 받아들이면서 수긍하게 된다.



자신의 부하들에게 자신을 죽이란 명령을 내리는 수장, 그런 수장의 명령에 따르는 열혈 부하들, 자신의 후임으로 홀을 지정하면서 홀 또한 예기치 못한 상황을 맞는다.



단지 암살조직회사를 없애버리면 될 것이란 생각을 하던 홀의 의견을 무시하는 이들 조직은 과연 수장은 스스로 만든 법칙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사실 읽으면서 추리 영역 안에서 펼쳐지는 한 편의 철학과 윤리에 대한 생각들이 담겨 있고 이 과정에서 서로 오고 가는 논리를 펼치는 내용들은 추리 형식을 빌미로 한 사회적인 모습들과 개인이 지니고 있는 삶에 대한 철학적 가치와 윤리의식에서 비롯된 진정한 행복과 책임감은 무엇인지를 묻고 있는 듯 다가왔다.




홀이 원하던 방식대로 따를 수도 있었건만 그들 스스로 만든 윤리와 원칙이 무너지면 안 된다는 강박관념처럼 스스로 옭아맨 테두리를 벗어나길 거부한 그들이 좀 답답하기도 했지만 어떤 면에서는 진정 자신들이 세운 철학적 신념과  믿음에 대한 확고한 의지력만이 그들이 세상에서 해왔던 일에 대해 인정받을 수 있다는 생각처럼 다가온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한 장소에 모인 명령에 의해 죽여야만 하는 자와 그들을 죽여야만 사는 자 간에 이뤄지는 대화들이 목숨이 왔다 갔다 하는 설정임에도 여유를 지니며 대화를 하는 장면은 확실히 철학자다운 모습들이 깃들어 있다.



어쩌면 저자 자신도 진행해 오면서 결론에 이르기까지 스스로 넘을 수 없는 한계를 느낀 것은 아닐까? 그렇기 때문에 끝을 맺지 못할 수밖에 없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해본 작품이다.



끝으로 소설 완성을 하기 위해 메모해 둔 내용들과 그의 두 번째 부인이 구상한 결말 부분들이 들어있어 로버트 L. 피시가 이끈 결론과 비교해 보는 것도 새로운 결말 부분이라 재미가 있었다.




밀레니엄 시리즈처럼 타작가가 작품을 이어받아 썼듯 이렇게라도 완성작으로 만날 수 있는 작품으로 읽는 것도 한 작품에 대한 완성이 작가에 따라  다를 수도 있음을 느껴본 작품이다.






*****출판사 도서 협찬으로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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