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문천의 한국어 비사

향문천의 한국어 비사 - 천 년간 풀지 못한 한국어의 수수께끼
향문천 지음 / 김영사 / 2024년 2월

누구나 한 번쯤은 생각해 보던 물음들, 간혹 영상을 통해 보인 등장인물들의 대사를 들을 때면 저 시대에도 지금처럼 소통의 언어가 어떤 식으로 자리를 잡고 대화를 했을까?를 궁금해하던 적이 있었다.

마침 영화에서 그 당시를 상상하며 사투리로 대사를 나눈 사극 영화가 떠올랐는데, 이마저도 그 당시를 생각해 보면 오늘날의 사투리와는 또 다를 것이란 생각을 하면서 보던 기억이 떠오른다.

구독자 17만이 보는 유튜버 향문천의 첫 저작인 이 책은 우리나라 한국어에 대한 뿌리와 파생된 줄기, 여기에 각 주변국들의 언어 비교를 통해 역사를 살펴볼 수 있는 내용들로 구성되어 있다.

크게 다루는 내용의 중점은 수많은 시간과 그 시간의 흔적의 발자취를 더듬어가는 과정에서 인적, 문화적, 전쟁과 침략으로 인한 영향으로 서로가 주고받는 언어의 발전과 변화에 대한 흔적을 자세하게 보인다.

한국어가 어디로부터 흘러와 오늘날에 이르러 지금의 문자와 발성을 갖게 되었는지에 대한 교류의 흔적은 고대, 중세, 현대에 이르기까지 우리나라 역사 속에서 자리한 고려, 백제, 신라, 고구려, 조선, 임진왜란, 일제침략과 근대에  이르기까지, 고대로 거슬러 올라가 거란, 여진, 몽골과의 관계 속에서 보인 단어의 변천사는 놀라울 정도로 지금과는 확연히 다른 것도 있고 비슷한 느낌의 발성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책을 읽으면서 영상을 찾아보며 함께 했는데 그가 들려주는 고대시대의 발음은 마치 중국어처럼 들리기도 하고 전혀 다른 외국어처럼 들리기도 했기에 책 속에서 다룬 그 당시의 언어를  생각하면 타임머신을 타고 간다고 하더라도 외계인 취급을 받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후기 신라어가 중세 한국어에 계승되지 않은 이유와 현대 한국어가 신라의 직접적인 후예가 아니란 사실은 문자와 언어의 계승이 역사를 거치면서 어떻게 중요한지를 알 수 있는 시간이 된다.

미소, 메주, 멧돼지, 참외짐승의 관계, 불교의 영향으로 한국어족 차용이 일본이나 여진어 속에 영향을 줬다는 사실 외에 반대로 일본의 영향으로 한국어에 영향을 끼친 부분에서는 김치, 구두 외에도 임진왜란을 기점으로 많은 한국어가 소실되고 새로 받아들인 문자들이(주격조사 ~가 등장) 많아졌단 사실은 교류의 흔적들임을 알 수 있다.

특히 서양문물을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일본에 없는 단어를 새롭게 만들어간 과정 중 오늘날 여전히 통용되고 있는 과학분야의 용어(산소, 수소, 질소), 번역주의의 영향인 사회, 권리, 자유, 개인처럼 추상어휘를 만들어 낸 부분들이 한, 중에 유입된 점은 지금도 여전히 유효한 문자란 사실 외에도  문학분야(나쓰메 소세키)에 이르러서도 신조어가 탄생하게 된 환경이 되었음을 들려준다.

이처럼 기존에 알고 있던 사실들 중 일부는 잘못된 부분인 점을 알아가는 재미도 있었고 무엇보다 역사적인 흐름을 거스를 수 없었던 언어의 다양한 변화의 과정은 인류의 이동과정과 함께 주변국들과의 교류가 어떤 영향을 끼쳤는가에 대한  거시적인 부분과 미시적인 부분들이 고루 담겨 있어 저자의 지식이 부러울 정도였다.

주 전공이 아닌 걸로 알고 있는데 저자가  주제를 담아내고 풀어내는 과정이 한 편의 역사 강의를 듣는 듯했다.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도 별반 다르지 않게 변화의 과정을 거치고 있다.

개인적으로 선생님이 쌤, 가실게요~의 주어가 바뀌는 상황이 혼란스러운 적도 있는데 이것 또한 거스를 수 없는 언어의 흐름이란 사실은 아마도 고대의 선조들이 보고 있다면 우리처럼 혼란이 일지 않을까 상상도 해보게 된다.

또한 언어와 문자를 지켜낸다는 것 자체에도 많은 인내와 긍지가 필요함을 다시 느껴본다.

일제강점기의 잔재로 남은 단어 (만땅, 이빠이, 벤또)가 서서히 없어지고 있지만 한글이란 문자를 잃어버리지 않고 지금까지 한국인의 언어란 인식이 세계에 퍼지고 있는 지금 이것을  지키는 것 또한 우리들의 책임이란 생각이 들었다.

한국어 역사에 대한 그동안 궁금했던 점을 알고 싶으신 분들이라면 추천하는 책이다.

*****  출판사 도서 협찬으로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