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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의 경계
야쿠마루 가쿠 지음, 남소현 옮김 / 북플라자 / 2023년 11월
평점 :
[돌이킬 수 없는 약속]의 작가 신작인 [죄의 경계]-
- "짜증 나서 그랬다. 상대는 누구라도 상관없었다. 나보다 행복해 보이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범인은 이렇게 말하고 있습니다."
소위 말하는 묻지 마 사건에 피해자인 아카리는 남자친구와 약속이 깨진 후 횡단보도에서 일면식도 없던 한 남자가 휘두른 흉기로 상처를 입고 구사일생으로 가까스로 살아난다.
그녀가 피해를 입었을 당시 자신을 구하려던 한 남자는 죽어가면서 그녀에게 "약속은 지켰다고... 전해 줘..."라는 말을 남기고 숨을 거둔다.
한편 범인인 오노라 케이치의 인생을 읽은 프리랜서 기자 쇼교는 자신이 살아온 인생과 비슷한 그에게 관심을 갖고 그를 취재하게 된다.
생면부지의 남자로부터 목숨을 구한 아카리가 죽은 남자의 행적을 추적하는 과정과 범인의 성장사를 취재하는 기자의 교차시선으로 흐르는 이 작품은 작가의 사회적인 문제점들을 직시하는 글로 작품을 읽는 독자들에게 많은 것들을 묻는다.
부모로서의 무책임한 행동 뒤에 이어지는 가정학대, 가출, 원망과 한순간의 그릇된 선택으로 잘못된 인생을 살아왔던 이의 후회들이 단순히 한 개인사에 그치는 것이 아닌 이 문제가 발생한 원초적인 책임을 묻는 것들이 사회적인 문제로 여겨질 수 있다는 점을 제기한다.
특히 끝까지 범인의 심증과 그의 엄마에 대한 판단을 할 때 그들에게 어떤 사정과 연유로 인해 이런 상황까지 오게 되었는가에 대한 내용들을 접하기 전까지 드러난 행보를 통해 비난을 할 수 있는가에 대한 문제는 그저 겉으로 드러난 것만으로는 판단할 수없다는 것을 느끼게 한다.
매번 사회파 미스터리 작품을 통해 묵직한 문제 제기와 그 이후의 이야기를 통해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모습 속에 감춰진 본모습들을 들춰내는데 탁월한 저자의 작품은 이번에도 여전히 생각할 부분들이 많았다.
태어난 가정의 불운이 이어지는 환경의 굴레, 제대로 교육을 받았더라면 사회나 주변인들에 대한 시선 자체 인식도 그렇고 사회적인 제도 안에서 이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정책이 있었더라면 케이치는 어떤 청년이 되었을지 상상해 보게 된다.
그렇다고 자신에게 주어진 환경이 불행하다고 해서 그에 대한 불만을 무차별식으로 저질러도 된다는 생각 자체가 잘못된 것이자 죄의 경계를 넘지는 말아야 함을 일깨운 내용들은 가해자와 피해자, 그리고 죽은 자의 입장이란 시선에서 많은 것들을 생각해 볼 수 있는 작품이다.
사회적인 테두리 안에서 발생하지 말아야 할 문제점들을 각 당사자의 심리를 통해 그린 사회물이라 저자의 작품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즐길 수 있을 것 같다.
*****출판사 도서협찬으로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