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에 다가가기 - 우정과 상실 그리고 삶에 관한 이야기
후아 쉬 지음, 정미나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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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도 퓰리처 수상작이란 타이틀에 눈길이 간 작품,  매년 발표되는 수상작들을 보는 즐거움도 큰데 이번 수상작은 에세이다.



이민 2세대의 자녀로,  성공한 주류에 속한다고 할 수 있는 저자의 담담한 회고록이자 성장 에세이라고 할 수 있다.



아시아계 이민자들 부모들이 대부분 그렇지만 본국을 떠나 타국에서 안정된 삶을 일구기 위한 노력은 그들의 자녀들과의 삶에 대한 모습들이 같으면서도 상층 된 부분으로 비교할 수 있다.



대만에서 미국으로 정착한 그의 부모가 자신을 키우고 자신이 성장하면서 부모를 바라보는 시선들에 대한 느낌은  이민 2세대라면 공감을 살 부분들이  많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언어를 사용하는 방식부터 미국 안에서 살아가는 의식)




즐겨 듣던 음악에 관한 아버지와의 대화나 팩스를 통해 자녀의 공부에 관심을 기울이는 모습, 그 시간이 흐르고 대학에 입학한 후 자신과는 다른 성격을 지닌 같은 아시아계 이민 세대인 일본계 미국인 켄과의 만남을 청춘의 한 챕터를 기억하기엔 많은 것들이 그의 삶 속에 녹아들었다.



수줍고 어울리기보다는 홀로 있는 시간과 혼자만의 작업을 즐기던 후아 쉬가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았던 켄과의 우정은 어떤 것에 영향을 받아 이루어졌을까?



그들이 나눈 당시 정치서부터 문학, 영화, 인터넷의 보급이 시작되기 시작하면서 나누는 채팅의 세계, 수사학과 철학에 대한 의견 나눔은 그들이 앞으로 미래에 자신들이 이뤄나갈 미지의 꿈 발판이자 청춘들만이 쏟아낼 수 있는 자신만만함과 패기, 그러면서 고학년으로 올라갈수록 앞 날에 대한 두려움에 이르기까지 시간의 흐름을 타고 그들의 인생을 같이 느껴보게 한다.




한순간의 짧은 만남 이후 강도에게 죽음을 당한 켄의 소식을 듣고 절망에 빠진 저자의 기나긴 고통과 슬픔은 글을 통해 그와의 만남을 이어가는 과정이 참 아프게 다가왔다.




누구나 알 수 없는 미래의 일 앞에서 벌어졌던 그 사건 이후 후아 쉬가 겪는 죽음에 대한 상처를 이겨나가려는 의지는 봉사활동이나 켄과 즐겨봤던 음악, 영화 다시 보기를 통해서, 그와 함께 나눴던 담배 피우기를 빌미로 서로의 얘기를 들어주고 듣던 그 시기로 돌아가는 반복을 이어가는 방법은 켄에게 들려주듯 한 글을 쓰는 것이다.










책은 감성이 자제된 채, 오히려 솔직하게 그린 저자의 이야기를 통해 이민 2세대란 위치에서 겪는 정체성의 혼란부터 우정이란 이름으로 함께 했던 친구의 죽음 이후 상실감, 이를 이겨나가기 위한 노력의 과정이 그루브 한 느낌의 음악과 스포츠, 영화에 이르기까지 당시 같은 시대의 청춘을 보냈던 독자라면 상당히 많은 부분들에서 그리움을 느끼며 마주할 수 있을 것 같다.




특히 저자의 음악에 관한 관심은 당시 시대를 주름잡던 그룹부터 흑인의 랩에 이르기까지 종횡무진 이야기를 이끌어 나가며 켄과 함께 듣고 웃던 그 시절에 대한 아련함들을 더욱 느낄 수가 있다.




미래에는 각자의 모습이 어떻게 변할지에 대한 막연한 기대감을 뒤로하고 더 이상 켄의 성장을 보수 없다는 저자의 글에 담긴 아픔은 그 존재 자체의 기쁨으로서 자신과 나눴던 우정 그 이상의 기억을 간직하게 했다는 것, 이 모든 시련을 겪은 뒤에 더욱 단단해진 자신의 살아갈 이유를 잊지 않으려 노력한 모습이 잊히지 않는 에세이다.





- ˝지루할지도 몰라. 네가 그 자리에 있어야 할 테니까. 그 이야기는 역사가 아니라 시가 될 거야.˝  




치기 어린 청춘 시절에 죽음을 마주한다는 것이 잊히지 않겠지만 그로 인해 상실에 맞서는 일 또한 남겨진 자들의 몫임을 저자의 회고록으로 인해 빛을 발한 작품이다.





(책을 읽는 도중 음반을 꺼내보는 것, 오랜만에 듣은 음악들이 왜 이리 좋은지...)







*****  출판사 도서 협찬으로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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