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원은 창백한 손으로

낙원은 창백한 손으로
박영 지음 / 은행나무 / 2023년 8월

시작부터 강렬한 문장으로 시선을 끈 작품이다.

진행되는 흐름이 연신 쫄깃한 두근거림을 느끼면서 읽게 된 작품, 읽으면서도 초반 범인에 대한 지목 대상이 정말 그러한지에 대한 생각을 하며 추리를 하게 만든 내용들이 영상처럼 흐른다.

강원도 선양군 에덴 종합 병원에서 식물인간처럼 누워있는 연명치료를 거부한 병원장이 살해되는 사건을 토대로 벌어지는 진실을 파악하기 위해 서울 경찰청 강력범죄 팀이 합류하면서 다뤄지는 일을 필두로  과거 15 년 전의 사건과 연관이 되면서 두 갈래의 사건이 어떤 사연을 담고 있는지를 풀어나간다.

아버지로부터 고향엔 다시 오지 말 것을 들은 차도진 변호사, 어린 시절 친구들 사이에서 벌어진 일들이 왜 지금에서야 그를 다시 과거로 돌아오게 하는지, 정작 그 자신 스스로 죄인처럼 살아갔던 15년의 시간은 범인의 협박으로 선양에 돌아오게 된다.

아버지에 대한 반항, 어린 시절엔 사춘기시절에 느낄 수 있는 여러 감정선들이 아버지의 비밀을 알게 되면서 걷잡을 수없는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의 삶에 대한 담보처럼 흘러갔던 그 일들은 작품 내용상 초반부터 당연하다고 느껴졌던 범인색출 과정은 스릴의 본연의 맛처럼 반전이 기다리고 있다.

누구나 자신에게 주어진 삶에 대한 애착을 가지고 살아간다.

그 삶이 비록 타인의 눈엔 자신이 생각하는 것처럼 같은 생각일 수는 없어도 적어도 한 사람의 삶에 대한 귀중함은 누구나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자신의 욕망 실현을 위해서 극에 치달은 생명에 대한 고뇌조차 없었던 아버지를 대하는 자식의 마음은 어떠했을지, 법에 어긋난 점이란 사실을 깨달았을 때 느끼는 자식으로서의 양가감정은 상당한 혼란이 있었을 것이다.

그것이 아님을 알았지만 세상의 이치는 정의에 맞는 기류처럼 흘러가지 않기에 어쩌면 도진을 비롯한 그 외의 아이들 모두 자신의 생이  각기 다른 방향으로 흘러들어 가는 과정은 씁쓸하게 다가온다.

모르고 지나가는 것과 알고도 모른 척 지나가는 것은 다르다는 고민 앞에서 아이들이 겪었을 두려움, 무연고자를 택해 벌인 병원의 비밀들은 15년 전의 관련된 인물들이 하나둘씩 죽는 범행 현장을 통해 더욱 긴장감 고조를 드높인다.

비틀린 욕망에 휩쓸려 희생당한 사람들과 그 비밀을 알게 된 이들이 처했던 암울했던 서막의 시작은 범인이 사건의 올바른 정황을 밝히고자 하는 경위 자체도 그 스스로 사건의 범인이 되어가는 과정이 참 아프게 다가왔다.

그렇기 때문에 이 작품에 드러난 인간의 그칠 줄 모르는  권력장악의 힘과 자신의 손으로 새로운 세상을 만들고자 했던 그 희망이 실은 무수히 많은 인명을 처리해야만 하는 과정을 통해 반복되는 복수의 실현의 장이 되었다는 사실이 끝까지 범인이 누구인가에 대한 초점과 함께 많은 생각들을 하게 한다.

살벌한 공포와 죽은 사람들의 현장의 묘사도 그렇고 뭣보다 어린 시절의 소중한 추억들을 간직하며 성장할 수도 있었을 아이들의 모습들이 자꾸 아른거렸다.

악인의 탄생은 사이코패스처럼  여길 수 있는 인간들도 있지만 사회적인 시스템 자체에서 오는 불합리와 부조리를 통해 억울한 일들은 없었으면 하는 생각이 들게 한 작품이다.

(작가님의 손 편지와 여러 가지 정성이 담긴 선물을 포함한 책을 받고 감동 폭풍~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 출판사 도서 협찬으로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