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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탐정의 제물 - 인민교회 살인사건 ㅣ 명탐정 시리즈
시라이 도모유키 지음, 구수영 옮김 / 내친구의서재 / 2023년 7월
평점 :
<인간의 얼굴은 먹기 힘들다>, <그리고 아무도 죽지 않았다> 이후 세 번째로 접하는 작가의 신작이다.
2023년 역대 최다 득표로 '본격 미스터리 대상'을 수상했고, '본격 미스터리 베스트 10' 1위,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2위, '주간문춘 미스터리 베스트 10' 2위를 석권했다는 작품이란 타이틀이 어마어마하다.
한 해에 출간되는 추리 소설 장르에서 이처럼 수상이력이 많은 것도 드물다 싶은데 과연 내용 속으로 빠져들어가니 빈말이 아니다.
프롤로그에서 사이비 교주 짐 조든 목사가 자신이 거느린 인민교회 신자들에게 독약이 든 주스를 마시게 하면서 어린이를 비롯 총 918명이 죽는 사건이 발생한다.
이어 장면은 현재 탐정 오토아가 자신보다 뛰어난 추리능력을 갖고 있는 아르바이트생 조수 리리코와 함께 일명 '108호 사건'을 해결한 뒤 리리코가 미국 대학에서 주최하는 종교학회 세미나에 참석한 후 실종되자 그녀의 행적을 쫓기 시작한다.
알고 보니 그녀가 실은 사이비 종교 집단인 짐 조든 목사가 이끈 일명 인민 교회란 이름의 공동체가 있는 공권력이 미치지 못하는 곳인 조든 타운으로 잠입해 조사하러 갔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녀를 구출하기 위해 간 오토아는 그곳에서 밀실살인으로 연이어 죽은 사람들의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데, 과연 이들 공동체에선 무슨 일들이 벌어진 것일까?
총 3파트로 크게 나눠볼 수 있는 책의 구성은 상당한 반전들이 포진해 있다.
문장 하나하나가 나중에 오토야의 입을 통해 사건의 해결 실마리를 제공한다는 점에서는 독자들 나름대로 어느 정도 감을 잡을 수도 있지만 뭣보다 이 작품이 지닌 소재 자체가 신의 존재에 대한 믿음과 이를 이끄는 교주란 자의 말에 어떻게 움직이고 집단 최면처럼 살아 가는지에 대한 모습을 보여준 부분들이 인상적으로 다가온다.
외지인의 눈엔 분명 허점투성이요, 망상에 젖은 것처럼 여기는 그들의 모습들이 이들에겐 전적으로 민음이란 하나의 공동체를 이뤄나간다는 점은 사이비 종교에 관한 보도를 통해 알고 있는 사항들이 살인사건과 결합되면서 교묘한 장치로 부각한다.
특히 몇 년 전 한국드라마에서 하루가 지나면 사람이 죽어가는 신을 연상케 하는 이 소설의 죽음 뒤에 가려진 실체에 대한 압권이라고 할 수 있는 반전의 반전, 뒤이어 뒤통수 제대로 맞는 반전의 결말들은 책의 후반부에 이르면서 사건의 관점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사건 실체가 달리 보이는지를 추리에 입각해 그린 부분들에서는 탄성이 절로 나온다.
저자가 다루는 주 특기인 이러한 장치들은 말 그대로 독자들에게 범인 실체에 대한 가능성을 생각해 보는 데에 도움을 주는 한편 이것이 과연 올바른 결론인가에 대한 물음에서는 마지막까지 알 수 없다는 긴장감들을 느껴볼 수 있다.
- "신자들이 집단 망상을 공유하고 있다는 건 외부인의 관점에 지나지 않죠. 그들에게는 그들만의 진실이 있을 겁니다." - p164
끝났다고, 진실이 밝혀진 사건이란 생각으로 방심하기엔 제대로 허를 찌른 작품, 기존의 두 작품들이 혐오스럽고 엽기적인 장면이나 잔혹한 장면들이 많았다는 점에서 호불호가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이번 작품은 실제 사건을 토대로 자자만의 추리를 덧붙여 새로운 관점으로 그린 작품이라 다른 의미의 공포물을 접한 기분이 들었다.
맹신에 대한 삶의 뒤에 펼쳐진 그들의 비극, 무엇이 그들을 이렇게 이끌었는가에 대한 미지의 물음이 여전히 남아있는 실제 사건이지만 오토아도 이런 류의 자신만의 맹신을 믿었던 것은 아니었는지, 무덥고 습한 오늘 같은 날에 제격으로 읽기 좋은 작품이다.
**** 출판사 도서협찬으로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