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르미도르 1~5 세트 - 전5권 - RETRO PAN
김혜린 지음 / 거북이북스(북소울)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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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즐겨 읽었던 만화 중에는 교양만화부터 역사만화, 유머가 곁들인 속담만화, 사자성어가 담긴 만화, 명랑만화, 순정만화, 로맨스만화...


정말 붓끝에서 생생하게 살아나는 등장인물들의 동선과 표정 하나에 깃든 모든 것들이 어느 장르 못지않은 마니아들이 있다는 사실을 생각해 본다면 만화가 주는 위안은 상당하다.



1988년 순정만화잡지 '르네상스'에 첫 연재를 시작한  이 작품이 무려 35년의 세월을 넘어 5부로 한 세트로 재출간이 됐다.



20대의 작가가 60대가 됐고 당시 이 만화로 인해 많은 애독자들의 가슴을 들어놨다 했던 걸로 기억하는데, 한 권 한 권 읽을 때마다 만감이 교차했다.



한국의 작가가 프랑스 대혁명이란 역사적인 시대를 그린 것도 참신했지만 세 인물들의 엇갈린 운명의 바람 잘 날 없는 인생의 기로가 한없이 나약한 인간이면서도 그 시대를 살아가던 실존 인물들처럼 다가왔던 기억이 나는 독자라면 뭉클한 감동이 몰려올지도...



귀족 출신의 줄르와 알뤼르는 어린 시절부터 알고 지내던 사이, 어느 날 옆 수도원의 시동이자 사생아인 유제니가 레몬을 훔친 일로 현장에서 만나게 되면서부터 이들의 앞날은 기나긴 역사 속을 함께한다.








바스티유 감옥을 시작으로 혁명의 첫출발을 시작한 프랑스 대혁명은  이들이 살고 있는 마을까지 영향을 미치고 유제니는 혁명에 가담하면서 귀족들을 위협하는 가운데 알뤼르는 부모를 그 현장에서 잃고 만다.



줄르도 죽었다고 생각한 알뤼르는  자신의 부모를 해한 복수를 하기 위해 파리로 입성, 가수로서 출발하면서 유제니의 행방을 찾기 시작한다.



한편 줄르는 자신의 글을 기고하면서 알뤼르를 잊지 못한 가운데  혁명파와는 다른 노선의 길을 유지하는 귀족으로서 삶을 이어가고,  알뤼르는 마침내 유제니를 찾고 그를 해하려 하지만 유제니는 그녀를 살려준다.



이후 그가  사는 삶에 대해 천천히 깃들면서  기존에 몰랐던 평민들의 모습을 보게 된다 알뤼르-







사실 만화로 보기엔 너무도 아까운 한 편의 장편 역사소설 같다는 생각을 하며 읽었다.





이미 프랑스 대혁명에 대한 역사를 다룬 인문 책들이 많지만 이 책에서 보인 폭동의 원인과 코뮌들의 삶, 같은 혁명이란 정신 아래 왕정을 타도하겠다는 목적으로 뭉친 사람들이 어떻게 서로 분파가 갈라지고 서로를 적으로 몰아 극형에 처하는지를, 그 안에 돈과 권력, 그리고 사랑이란 이름이 혁명이란 기치아래 프랑스 혁명 당시 혁명정부가 세운 공화력인 테르미도르의 반동으로  어떻게 스러지고 다시 삶의 근원으로 이어지는지를 잘 포착한 부분들이 감동을 불러일으킨다,






역사의 현장에서 누구는 글로써, 누구는 '시'를 통해, 누구는 위력의 힘을 발휘해 평화를 얻고자 했으나 그 과정에서 부딪치는 변수들은 미처 막지 못한 부분들도 있음을, 그렇기에 이들이 겪은 삼각관계가 역사의 한 부분으로서 남길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싶다.




그 시대의 대표적인 왕당파, 중간노선파, 혁명파에 속한 인물들의 관계, 서로의 신분차이와 복수에 불탄 알뤼르가 줄르에 대한 사랑을 알고 있지만 점차 유제니를 향한 사랑의 마음은 뜨겁고 열정적으로 불타오르던 테미르도르 반동에 의해 모든 것이 한순간에 휩쓸려 들어간 인생의 모습을 그린다.








만화가 출간한 초창기에 이를 접한 독자라면 여전히 생생한 인물들의 갈등과 시의적절한 '시'에서 느낄 수 있는 작가의 글로 인해 그 시대 속으로 여행을 하게 될 것 같은데, 시대가 흘렀어도 여전히 감각의 필치만은 잊지 않고 있었던 기억이 새삼 시간 속의 여행을 하고 온듯한 기분이 드는 시간이 되어줄 것 같다.










***** 출판사 도서 협찬으로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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