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 없는 여자와 도시 비비언 고닉 선집 2
비비언 고닉 지음, 박경선 옮김 / 글항아리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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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나운 애착]에 이어 30여 년만에 출간한 책, 이번엔 저자  자신이 태어나고 성장하며 쭉 지내오고 있는  뉴욕이란 도시에서 써 내려간 회고록이다.




첫 부분에서 만나는 레너드란 게이와의 우정은 저자보다 더 이끌렸던 인물, 톡 쏘는듯한 말속에 담긴 시니컬하면서도 맞다고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세상을 바라보는 그의 시선이 저자와 정말 궁합이 맞는 것일 수도 있겠다 싶었다.




저자의 인생에서 사랑을 쫓거나 사랑이라고 믿으며 함께했던 남자들과의 일들을 솔직하게 들려주는 저자의 글에는 두 번의 이혼을 거치면서 터득한 인생에서의 사랑에 대한 집요한 깊은 생각과 함께 더 이상의 사랑에 대해 집착이나 미련을 접어두고 우정에 대한 남다른 예감들을 풀어놓는다.







뉴욕이란 거리를 걸으며 마주치는 우연성에 기댄 타인들과의 만남과 대화, 그들의 시선에 갇혀 있는 모종의 의미를 알아내는 감성들 속엔 맛깔스럽고도 유머를 지닌 글들이 와닿는다.




이런 일들에 대한 에피소드나 경험에서 오는 느낀 점들은 유명작가들의 문구나 그 저자들이 맺고 있던 인사들과의 우정을 통해 더욱 그 의미를 실감 나게 읽을 수 있다.









-우정을 나눌 때 겪는 갖은 난관이 자기 자신과 화해할 수 없음에서 비롯된다는 걸 잘 알고 있었던 3세기 로마작가 카이우스는 이렇게 썼다. ˝자기 자신과 친구가 되지 못한 사람은 어떤 타인에게도 우정을 기대할 권리가 없다. 자기 자신과 친구가 되는 것, 이것이야말로 인간의 으뜸 가는 의무다. 그런데 자기 자신에게 적대적일 뿐 아니라 자기를 섬기는 타인의 가장 선한 마음조차 꺾어버리고 ‘세상에 친구 따윈 없다!‘며 다 들으라는 듯 큰소리로 불평까지 하는 사람이 너무 많다.˝  





페미니스트로서 저자가 살아왔던 시대의 사회적인 변화 흐름에 따른 관찰자로서의 생각들은 뉴욕을 걸거나 때로는 우정이 깨지는 순간조차도 인생의 한 부분의 일로 받아들이는 모습에서 연륜마저 느끼게 된다.





 - 뉴욕의 우정은 울적한 이들에게 마음을 내주었다가 자기표현이 풍부한 이들에게 마음을 빼앗기기도 하는 분투 속에서 배워나가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거리는 누군가의 징역에서 벗어나 또 다른 누군가의 약속으로 탈주하려는 사람으로 가득하다. 이 도시가 그 여파로 어지럽게 동요하는 듯이 보이는 순간들이 있다.




조지 기싱의 소설 제목에서 따온 제목이다 보니 책 속 내용 속에서도 일부를 인용하는 부분을 통해 주장하는 글들은 다양한 사람들의 사랑을 하는 모습이나 사회 속에서 자신의 존재에 대한 의식을 하며 고민하는 모습들조차도 저자의 글을 통해   새로운 기분마저 느끼게 한다.





아무리 가까워도 때론 서로의 거리감을 둠으로서 여전히 우정이 지속된다는 것을 보인 레너드와 저자의 관계는 두 콤비의 배려와 성숙한 인간으로서의 삶에 대한 모습들을 엿보는 듯했다.





그런데 나라마다 받아들이는 정서가 달라서 그런진 잘 모르겠으나 버스 요금을 내지 않은 승객 때문에 모두가 하차한 일에 대한 글을 읽으면서 느낀 점은  그 승객들 중 누구 하나 대신해서 버스 요금을 내주지 않았다는 점, 개인마다 급한 일들이 있다고 불만을 터트리면서도 끝내 모르쇠 한 경우는 어떻게 해석해야 하지?




 미국인이  질서를 정말 중요하게 생각해서 한  행동인지, 아님 개인에 대한 삶에 대해 간섭을 하지 않는다는 것에 의한 기준인지 모르겠다.(???)




그런가 하면  어릴 적 함께 자란 토마스의 이야기는 회상과 함께 슬픔을 자아낸 부분으로 불우했던 그가 보인 행동과 말이 유독 남아 있는 부분이다.




유쾌하면서도 날카롭게 지적하는 글들의 매력 때문에 그녀가 뉴욕을 걷으면서 느낀 글의 분위기는 '도시를 걷는 여자들'속 분위기와  비슷하게 겹쳐 보였다.




 

글마다 메모를 하게 되는,  이런 글 자체를 쓰는 저자의 매력에 빠져가며 읽은 책이다.







***** 출판사 도서 협찬으로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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