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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의 의식
미야베 미유키 지음, 홍은주 옮김 / 비채 / 2023년 1월
평점 :
'미미월드', '미미여사'로 통하는 마야베 미유키 작가의 신작으로 이번에는 SF소설로 독자들에게 다가왔다.
기존의 다양한 소재에서 발굴된 이야기꾼으로서의 장점이 이번 작품에서도 여지없이 보이는데 이 작품을 출간하기까지 10년이라는 시간이 걸렸을 만큼 많은 노고가 깃들었음을 느끼게 한다.
총 8편의 단편소설로 구성된 내용들은 현재 우리들이 살아가고 이 시대에 주목할 만한 소재를 삼아 들려준다.
첫 이야기인 '엄마의 법률'은 국가에서 지정한 '마더법'에 의해 양가정에서 친가족 이상의 유대를 지니고 살아가던 가즈미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이야기로 양엄마가 죽고 법에 따라 가족이 해체되면서 국가 지정 기관인 '그랜드홈'에 보내지면서 진정한 가족이란 의미에 대해 생각해보게 한다.
기억의 침전화를 실시해 과거와의 단절은 물론 현재와 이후의 삶에 대해 다른 형태의 인생을 살아가게 하려는 취지 앞에 진짜 부모가 나타났을 때의 혼란스러움, 여기에 기대감과 어떤 보이지 않은 끈에 대한 희망이 무너졌을 때의 고통들은 물론 미래의 가족형태의 모습은 앞으로 어떻게 변할 수 있을까에 대한 상상도 해보게 된다.
그런가하면 이제는 당연하게 여겨지는 방범 카메라에 대한 감시체계를 상대로 인간이 마주하며 수상히 여기는 정황들을 통해 현대인들의 행동반경을 감시하고 그런 감시 속에 대응하는 노인의 모습들은 SF형식을 빌려온 오늘날 우리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보는 듯 다가온다.
또한 현재의 나가 과거의 나와 마주치게 될 때 벌어지는 타임 패러독스, 그리고 가장 인상 깊었던 이야기이자 책 제목이기도 한 '안녕의 의식'은 저출산, 고령화 시대를 맞아 로봇이 인간들에게 도움을 주고 인간이 로봇에게 의인화에 빠져 반려동물처럼 여기면서 함께 살아가는 모습을 그린 내용이 뭉클하면서도 저릿저릿한 감정을 느끼게 한다.
로봇의 최후 마지막 공정은 인간의 손에 의해 만들어진다는 룰에 따라 필요한 곳에 배치되지만 로봇보다 못한 인간관계와 고독감에 쌓인 인간이 차라리 로봇처럼 되길 상상하는 장면은 사막의 한가운데 홀로 남겨진 인간의 존재처럼 느껴지기도 하고 로봇과 인간의 마지막 교류 장면은 영화의 한 장면처럼 다가온다.
이외에도 외계인이 인간의 육체에 스며들면서 사건이 벌어지는 이야기, 메이지 시대를 배경으로 프랑켄슈타인 공사가 창설되고 죽은 자의 활동을 관리한다는 이야기, 인터넷 매체를 이용한 거짓 사실을 근거로 확산되는 진실처럼 여겨지는 거짓의 행태와 사건이 발생하고 신의 목소리를 들었다는 보이지 않는 실체에 대한 존재이야기, 죽은 자의 닮은 인격체에 고인의 인격모듈을 이식해 회귀자란 이름을 붙여 죽은 아들의 나쁜 행실의 원인을 찾아보려 실행하는 '라운드'를 만드는 아버지의 마음을 그린 '보안관의 내일'이란 작품까지 모두 색다른 SF의 맛을 낸 소설들이다.
특히 저자가 그린 이번 작품집의 특색이라고 한다면 기계의 발달로 인한 편리성 외에 인간들이 가진 최후의 보루는 놓칠 수 없다는 인식, 예를 들면 인간의 심성들은 인공지능이 놓치고 있는 추측을 할 수 있다는 점과 로봇과 인간과의 교류는 과연 통할 수 있을까에 대한 물음을 짧지만 강하게 와닿게 그린 점들은 기존의 작품들과는 확연히 다른 저자의 새로운 느낌이란 생각이 들었다.
저자의 색다른 작품을 기대한 만큼 SF 내용 속에서도 미스터리 장치, 괴담처럼 느껴지는 분위기, 시공간을 이은 판타지에 이르기까지 그려낸 내용들은 미미 여사 작품을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색다르게 재밌게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 출판사 도서 협찬으로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