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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은 현실을 어떻게 조작하는가 - 마리아 레사의 진실을 위한 싸움
마리아 레사 지음, 김영선 옮김 / 북하우스 / 2022년 12월
평점 :

2021년 노벨평화상 수상자이자 언론인 기자 출신인 저자의 생생한 기록이 담긴 책, 책 표지에서 보인 인상은 강렬하게 다가오지 않았다.
필리핀 최초의 수상자란 이력이 무색하게도 정작 나라에서는 침묵했다는데, 이는 곧 거짓으로 둘러싼 현실의 고발을 드러낸 저자의 공로를 인정한 세계의 손길을 무시하지 못한 듯하다.
타임지가 선정한 올해의 인물로 올랐고 여러 기관에서 수상한 경력이 말해주듯 그녀가 몸담은 언론의 세계에서 특히 기자로서 맡은 정직성, 사실성을 모든 이들에게 알아야 함을 알린 직업정신은 두테르테 대통령 치하의 필리핀 정부 입장에서는 결코 반가운 인사는 아니었다.

마약과의 전쟁을 한다는 취지 하에 벌어지는 소셜미디어를 이용한 권력의 남용, 그녀가 언론 래플러를 설립하고 독재 정권에 대항하며 맞서는 과정은 정보가 넘쳐나는 이 시대에 과연 올바른 정보에 대한 생각을 던진다.

하루에도 무수히 많은 정보의 홍수 속에서 어느 것이 진실이고 거짓인지, 하나의 거짓이 참으로 둔갑하는 순간 판단의 오용과 과부하가 걸린 소셜미디어 매체가 지닌 거대한 폭풍의 실체들은 거짓이란 사실이 판명됐음에도 여전히 진실이라고 믿을 수밖에 없는 한계들을 생각해 보면 저자가 그동안 정부를 대항해 진실을 폭로하고 국민들에게 알 권리를 깨닫게 해 준 여정은 뭉클하기까지 하다.
인간이 지닌 심리 중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믿고 싶은 것만 진짜라고 믿는 것을 이용한 심리 이용을 소셜 미디어를 통해 권력 장악을 하려는 정부와의 대결에서 오로지 진실만을 알릴 것을 직업정신으로 삼은 저자의 생생한 기록들은 필리핀에만 해당되는 것일까?
곳곳에 여전히 권력을 통해 자신의 뜻대로 움직일 것을 강요하도록 정치선동의 도구가 되어버린 인터넷 매체에 대한 이야기는 비단 국가와 국민들만의 문제가 아닌 개인들 간의 이점을 다루는 문제에도 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는 경고를 느끼게 한다.

민주의 법과 질서를 존중하며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자신의 소신을 굽히지 않은 저자의 노력은 저자가 노벨상 수상 연설에서 “기자로서 우리가 소중히 여기는 가치와 사명에 충실하기 위해, 물러서지 않기 위해, 너무 많은 희생을 강요당하고 있는 전 세계 모든 언론인을 대표하여 여러분 앞에 섰습니다.”라는 첫마디는 기자로서 그녀가 갖는 직업의식을 엿볼 수가 있다.
소셜미디어의 무기화가 되는 과정과 그 여파, 여기에 희생정신, 언론인으로서의 고뇌와 당국의 감시와 두려움, 괴롭힘을 이겨나가면서 진실의 보도를 이어가는 그녀의 열정을 감동적으로 느껴볼 수 있는 내용들은 현재 우리들이 살아가는 이 시대에 진정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를 되새겨 보게 한 책이다.
***** 출판사 도서 협찬으로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