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미노 아일랜드

카미노 아일랜드 - 희귀 원고 도난 사건
존 그리샴 지음, 남명성 옮김 / 하빌리스 / 2022년 9월

법정 스릴러 대가인 존 그리샴의 신작을 오랜만에 만나본다.

그동안 흑백 간의 갈등이나 첨예한  심리 갈등들을 통해 그만의 작품세계를 이끌어왔다면 이번 신작은 기존의 작품들을 대해왔던 독자라면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음을 느낄 것 같다.

프린스턴 대학 도서관에 소장 중인 피츠제럴드의 원본 원고를 빼내기 위해  5명의 범인들이 각자가 지닌 특기를 발휘한 주도면밀한 계획은  성공한다.

이들은 무사히 은신처에 기거하면서 각자의 비밀유지에 대한 맹세를 약속한 후 헤어지지만 현장에 남겨진 증거에 의해 두 명이 FBI에 감시 속에 잡힌다.

이후 묵비권 행사와 남은 범인들은 뿔뿔이 흩어지게 되고 흐지부지 사람들의 뇌리 속에 잊혀 간다.

한편 아버지의 유산을 물려받은 브루스는 아버지가 남긴 고서적들을 소장하게 되고 카미노 아일랜드에서 서점을 운영하며 지역 유명 서점의 사장이자 도서협회 회원으로서 활발한 활동을 이어간다.

여기에 대학 시간강사로 작품을 썼지만 신통치 않은 반응을 보인 작가인 머서에게 어느 날 보안회사 전문가 소속 일레인이 다가와 도난당한 피츠제럴드 원본을 갖고 있다고 확신하는 브루스에게 작가로서 접근해 확실한 증거를 찾아내 줄 것을 제안한다.

물론 대출받은 대학 등록금 상환은 물론이고 제안 수락에 대한 수고비도 준다는 거래조건은 머서에게 응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몰아가는데 과연 그녀는 브루스가 갖고 있는 원본이 소장된 장소를 찾을 수 있을까?

무거운 법정 드라마에 익숙했던 저자의 그간 작품들과는 달리 꼬이고 물리는 도난물품에 대한 거래의 세계와 이를 다시 되찾으려는 범인들의 움직임, 조용히 되찾길 바라는 사람들의 바람, 보험회사의 손해배상을 줄이려는 노력들이 FBI와 같은 길을 가되 서로 먼저 해결을 하려는 선의의 경쟁까지 두루 담아내는 이야기가 흥미롭게 이어진다.

도난물품들이 어떻게 어둠의 세계를 통해 전해지고 이를 소장하면서 다른 고객들과 접촉해 거래가 이뤄지는지를 다룬  내용들은 영화나 드라마에서 보듯 익숙한 장면이기도 하지만 여기엔 작가들의 입담과 책의 출판과 홍보, 서점과의 연결고리를 통해 작가로서의 입지나 생계문제들도  사건을 풀어나가는 데에 있어 다른 면모를 들여다보는  역할을 한다.

특히 바람둥이 브루스와 머서 간의 어떻게 보면 불륜의 행각이자 자유분방한 부부의 사랑법(?)이라고도 부를 수 있는 행태는 이해를 할 수 없지만 어찌 됐든 원본의 소장 장소를 찾기까지 벌이는 과정이 스릴의 맛도 느껴볼 수 있다.

시간이 지난 후에 가치를 정할 수 없는 유명 작가의 원본 원고를 되찾기까지의 여정을 소재로 담아 그린 이번 작품은  작가의 새로운 점으로 다가온다.

물고 물리는 도난 원고의 행방은 과연 누구의 손에 들어갈까에 대한 궁금증은 끝까지 읽어가는 데에 조바심과 묘하게 응원까지 하게 되는 생각까지 들게 한다.

그렇다면 원고는 무사히 주인의 품으로 돌아갔을까?  

생각했던 바대로 이어지지 않았단 점은 이 작품을 읽는 즐거움 중의 하나다.

***** 출판사 도서 협찬으로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