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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는 숲속의 소녀들 - 신경학자가 쓴 불가사의한 질병들에 관한 이야기
수잰 오설리번 지음, 서진희 옮김 / 한겨레출판 / 2022년 9월
평점 :
올리버 색스의 진정한 후계자란 극찬을 받고 있는 신경학자인 저자의 글을 통해 인간의 질병에 관한 여러 가지 이야기를 들려주는 책이다.
우리의 신체에서 보인 증상들을 치료하는 것과는 다른 저자가 주장하는 심인성 장애라로 분류되는 이상 증상을 다룬 내용은 의학의 발달 뒤에 아직도 모르는 부분들이 많음을 느끼게 한다.
심인성 장애란 어떤 병이나 증상이 정신적으로나 심리적 원인으로 인해 생기는 것이라고 말하는 저자는 8개국을 대표해 질병의 증상들을 들려준다.
이 책을 집필하게 된 스웨덴 난민 어린이에게 나타나는 체념 증후군, 중앙아메리카 니카라과 미스키토인들이 겪는 증상인 그리지시크니스로 병(십 대 여자아이들이 환각과 환시를 겪으면서 나오는 발작 증상), 영화 속 한 장면처럼 연상되는 카자흐스탄의 크라스노고르스크에서 발생한 집단 수면증, 2017년 쿠바의 미국 대사관 직원들에게 나타난 집단 아바나 증후군, 콜롬비아 소녀들의 집단 발작에 이르기까지 정말 다양한 증상들을 읽다 보면 심인성 장애에 대한 관심이 커진다.
흔히 마음의 병이라고 일컬어지는 현대인들의 병명들이 있지만 이처럼 처음 들어보는 병명들이 사회적인 환경과 심리적인 상태, 생물학적인 부분들까지 이어진 결과란 사실은 완치와 그렇지 못한 경우들을 소개한 글들을 통해 안타깝기도 하고 무섭기도 한 부분도 느껴졌다.
특히 집단 발병이 조직이나 국가의 이익을 대표하기도 하거나 이를 이용해 도구가 될 수도 있다는 사실들이 인류 역사의 전쟁이나 음모론을 내내 연상시킨다.
저자는 집단 히스테리 같은 경우 개인적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사회적인 현상으로 봐야 함을 주장하는 글이 인상적인 글로 다가온다.
읽으면서 정말 이런 병들이 실제 하는 것에 대해 놀랐고 더욱이 원인 불명인 병으로 인해 최소 1년 길게는 5~6년까지 침대에서 보내야 하는 소녀들의 증상을 다룬 글에는 여전히 현대 의학의 한계가 보이는 듯했다.
심적으로 드러나는 병의 사례들, 우리나라의 '화병'이 의학의 병으로 인정되고 있는 시대에 이런 병들의 원인 치료에 대한 방법들도 변화를 줘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저자가 말한 질병을 밝혀낼 때 생각하지 않는 범주인 정치, 문화, 사회, 그리고 복지에 이르기까지 전반적으로 모두 연관 지어 봐야 함을 보인 글에는 얼마 전 읽은 '리아의 나라'가 생각난 부분이기도 하다.
발병의 원인을 진단함에 있어 이제는 기존의 방식에서 벗어나 좀 더 넓고 포용력 있는 방법론이 필요함을 느끼게 한 내용들은 의학 발전에도 도움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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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사람의 경험을 이해하려면 자신의 눈으로 바라보는 세상을 해체하고 그 사람의 눈으로 바라보는 세상으로 재조립해야 한다.'
***** 출판사 도서 협찬으로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