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백합
다지마 도시유키 지음, 김영주 옮김 / 모모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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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이 복선이며 단서다.! 란 책 띠지에 실린 문구와 이에 상응하는 서술 트릭의 맛을 느껴볼 수 있는 작품이다.



개정판으로 나온 작품이라 이미 읽은 바 있는 독자라면 저자의 사연 깊은 개인사와 더불어 반갑기도 할 것이고, 처음으로 접하는 독자라면 서술 트릭이란 바로 이런 것이다란 말을 제대로 느껴볼 수 있을 것 같다.



14살의 세 청소년들의 풋풋하고 아련한 첫사랑의 이야기와 그들의 윗 세대인 어른들의 이야기가 촘촘히 이어져 흐른다.



여름방학을 맞아 아버지 친구 별장에 놀러 간 데라모토 스스무와 동갑내기 아버지 친구 아들인 가즈히코, 그리고  자신을 연못의 요정이라 말하는 소녀 가오류의 교류는 스스무의 과거 회상으로 첫 장의 문을 연후 그들이 함께 했던 시절들을 들려주고 이어 아버지들이 모신 회장님을 따라 독일에서 만났던 한 여인과의 이야기가 이어진다.




작품 속 시간을 넘나드는 이야기들의 흐름들은 청소년들의 순수함을 느껴볼 수 있는 동화 같은 우정과 싱그러움이란 이야기 뒤엔 가오루 아버지의 죽음과 삼촌의 죽음을 통한 미지의 인물에 대해  독자들에게 진범이 누구일 것인가에 대한 통속적인 판단에 허를 찌른다.



추리소설을 읽다 보면 어느 정도 범인의 윤곽이 그려지는 경우가 있다.



처음  책 띠지 때문에 문장과 문단 사이의 등장인물들의 복선을 염두에 두고 읽기 시작하면서 어느 정도 범인에 대한 정체를 느껴갈 즈음 진범에 대한 가능성을 묘사한 부분에선 생각지도 못한 저자의 트릭으로 인해 반전의 맛을 느끼게 했다.




모든 정황 근거상 생각했던 진범이 실은 교묘한 서술 때문에 독자들의 인식 속에 당연함을 심어놓았던 부분이며 끝 부분에 이르러 진실에 대한 근거 묘사가 나온 부분은 인간의 심리를 이용한 저자의 세심한 노력이 엿보였다.




인간의 첫 판단에 대한 의심의 여지를 주지 않게 한 트릭의 묘미, 오류로 인한 결과의 짜릿함이 느껴지게 다가온 내용들이 피철철을 연상하는 것과는 또 다른 서술 트릭을 제대로 이용한 작품이 아닌가 싶다.




만약 제목이 뜻하는 바를 알고 읽기 시작했다면 진범에 대한 가설을 달리 세워볼 수도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여러 인물들이  전쟁 시대란 시대적 상활 속에서 각각 인연의 꼬리가 어떻게 연결되고 결국 진실의 문 앞에서 독자들을 현혹시킨 저자의 글은 앞으로 이런 작품을 읽지 못한다는 아쉬움이 크게 다가왔다.




웬만한 추리 스릴러를 읽어봤다는 독자들에겐 저자의 서술 트릭에 대한 도전을 받아들여도 좋을 것 같다.







***** 출판사 도서 협찬으로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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