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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태양
린량 지음, 조은 옮김 / 글항아리 / 2022년 9월
평점 :

오랜만에 따뜻하고 푸근한 책을 읽었다.
저자는 60여 년간 어린이 책을 쓰고 번역하고 연구한 타이완 아동문학계의 태두라는 수식어에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책의 내용들은 단란한 가정 내에서 일어나는 소소한 일들을 그린 에세이로 독자들의 눈길을 끈다.
어디에도 몸을 편히 안주할 수 없는 신혼 단칸방에서 시작되는 방의 묘사부터 저자가 아이를 세 명 기르고 키우는 과정 속에 각기 개성이 다른 세 자녀의 성격 묘사와 행동들, 남편과 아내의 자리란 자리에서 부부란 이름으로 가정을 가꿔가는 과정이 우리 집 가정 내지는 이웃의 보통 가정들의 삶도 이렇지 않을까 하는 공감대 형성을 이룬 글들이 가슴에 와닿는다.
첫 아이의 탄생에 대한 아빠란 자격이 주어지는 순간에 벅차오른 심정이나 자녀에 대한 양육방식에서 엿볼 수 있는 부모의 마음, 특히 자신의 아버지가 살아계셨다면 의논할 수 있었을 상황에 대한 이야기는 남자아이가 성인이 된 후 아빠의 자리가 어떤 것인지, 아이가 성장함에 따른 주변의 변화돼가는 흐름들이 정겹게 들리듯 다가온다.
- 아기가 조그만 입술을 비죽이며 쌔근쌔근 잠들고, 까만 눈동자로 등불을 빤히 바라보고, 우리가 아기 얼굴에서 작은 점을 찾아내고... 이런 삶이란 얼마나 따스하고 향기로운지!
- 우리에겐 우리의 작은 태양이 있다. 우리의 작은 태양은 하늘을 뒤덮은 먹구름의 그림자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우리의 작은 태양은 빗줄기도, 기저귀가 쳐놓은 진영도, 시름에 잠긴 영혼의 단단한 껍데기도 다 뚫고 들어와 우리 마음을 환하고 따스하게 만들어준다.
첫째, 둘째, 셋째 아이들의 성격에 맞는 교육법 방침에서 아내와 부딪치는 부분들이나 오로지 혼자만의 시간을 즐길 수 있는 시간에 대해 다룬 부분들은 아빠나 엄마나 저만의 혼자만의 시간이 중요함을 유머스럽게 표현한 부분들이 인상 깊게 다가온다.
특히 아이들이 자신들 주변에서 한시도 떨어지지 않다가 학교에 적응하면서 친구가 생기고 사춘기를 겪고 독립적인 개체로서 성장해 가는 시간의 흐름을 다룬 부분들은 부모로서의 남다른 감정 몰입을 불러일으키는 장면으로 기억될 수 있겠단 생각이 든다.
다섯 가족이 화장실 한 개를 두고 사용해야 하는 환경에서 각자만의 사용시간을 다룬 글들은 웃음과 유쾌함이 묻어 나오고 개를 키우면서 느끼는 집안의 작은 변화를 그린 마음들, 아이들과 여행을 하기 위해 비용을 아끼기 위해 웃옷을 챙겨가는 것, 세 사람이 두 좌석을 구매하고 한 명은 무릎에 앉혀 간다는 부분에선 어린 시절 누구나 한 번쯤은 겪어봤을 과거로의 시간을 떠올려보게 한다.
무엇보다 글이 풍기는 방향성이나 잔향이 남는 글의 체취가 동화를 읽는 듯한 느낌이 들어 좋았다.
작가라서가 아니라 실제 저자 스스로가 지닌 내면에 간직된 순수성을 봤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단란한 가정의 행복은 거창한 것이 아닌 세월과 시간과의 흐름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그에 맞춰 함께 성장한다는 것을 느껴보게 한 작품이었다.
우리나라 작가 권정생 선생님의 글의 느낌도 생각나게 하고 때때로 세상을 바라보는 저자만의 글을 통해 잠시나마 어린 시절로 돌아간 시간을 준 책이다.
온 가족이 함께 읽으면서 나눠도 좋을 소재가 많은 책이라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
- 사랑은 그 자체로 금빛을 뿜는다. 사랑은 보답을 원하지 않는다. 사랑은 교역이 아니다. 장사가 아니다. 보답을 바라는 사랑에는 차용증이 붙는다. 다른 사람이 이자를 내지 않거나 기한이 지나도 갚지 않으면 그 사랑은 원망으로 변할 것이다.
*****출판사 도서 협찬으로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