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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의 제단
김묘원 지음 / 엘릭시르 / 2022년 7월
평점 :
- 미로를 그리는 법. 형태를 고르고 입구와 출구를 정한다. 벽을 그린다. 막다른 길을 만들어낸다.
엄마가 재혼해 새로운 가족이 생긴 중학교 2학년인 지후, 배다른 언니이자 어떤 이유로 인해 학교 등교를 거부하고 홀로 방에서 지내는 채경과는 같은 집에 살지만 '약속'을 정해놓고 만나는 사이다.
이는 지후가 학교에서 벌어진 사건을 통해 언니 채경과 이야기를 나누고 언니와 함께 추리를 통해 사건을 밝혀내는 과정을 담은 연작으로 이어진 작품은 모처럼 만난 한국 작품의 학원물 미스터리라 기대가 된 작품이다.
음악실에서 죽은 고양이 사체가 발견된 사건을 필두로 연이어 이어지는 이야기의 흐름들은 친구들과 함께 풀어나가는 과정에서 중학교 2학년들의 생각과 그 연령대의 학생들이 주고받는 대사들, 진범이 누구인지에 대해서 밝혀질 듯 사라져 버리는 순간들의 안타까움은 특정한 환경이 아닌 학교에서 벌어지는 일상생활의 주변들 이야기라 더욱 가깝게 다가온다.
누가 고양이를 죽이고 제단처럼 꾸몄는지에 대한 이야기부터 연결고리처럼 만나는 학생들과의 사연이 담긴 이야기, 그 안에서 언니 채경의 알듯 모를 듯한 자기만의 세계에 갇혀 미로를 그리고 그 미로 안에서 지후의 역할이 어떻게 자신에게 영향을 끼치고 있는가에 대한 성장 이야기는 이 또한 묘한 분위기를 풍긴다.
꾸준히 메일을 받지만 읽어보지 않는 채경에게 그 메일을 보낸 자는 누구인가에 대한 생각들에 얽힌 꼬리물기와 각각의 단편들에서 등장하는 지후와 그 친구들의 대사들을 통한 학교의 분위기나 과목 선생님에 대한 인기도, 본의 아니게 학생들 개인사까지 알게 되면서 풀어나가는 이야기가 요즘 십 대들의 생각들을 엿볼 수도 있단 점이 신선하게 다가온다.
서로의 재능을 시기하고 선 후배 간의 규율이라든지 학교 앞 떡볶이 젊은 사장과 그의 동생과의 관계들이 친구로서 맺는 교우 관계를 통해 사건과 맞물리면서 어떤 진실들이 밝혀질지 내내 궁금하게 다가온다.
들어가는 입구와 출구의 복잡한 미로, 그 미로를 스스로 만들고 지후에게 미치는 영향과 자신 스스로 옭아맨 자기혐오와 완벽주의자, 그리고 결벽에 이르는 채경이 지후가 건넨 말 한마디로 모든 사건의 진상들이 스텝을 밟듯 밝혀지는 학원물 미스터리-
특히 새롭게 가정을 이룬 가정 속에 지후와 채경의 관계가 사건을 풀어나가는 과정에서 의견을 주고받는 모습들이 차후 시리즈물로 나온다면 학원물에서 느껴볼 수 있는 또래의 참신한 미스터리로써의 가능성을 생각해 보게 했다.
고양이 제단을 시작으로 약점을 쥐고 서로가 의심을 하는 가운데 음악실과 미술부, 벽화 동아리, 그리고 신발 안에 불편함을 느낀 돌부리 하나를 꺼내어 풀어낸 지후의 막판 미스터리 풀기까지, 각 등장하는 학생들 모습들 모두가 스스로의 미로를 헤쳐나가는 모습을 통해 성장해가는 이야기가 좋았던 작품이다.
뻔한 스토리 같지만 뻔하지 않게 그린 설정, 특히 밝은 성격들의 학생 모습들을 보니 절로 나의 학창 시절을 떠올려 보게 한 것은 보너스다.^^
*****출판사 도서 협찬으로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