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뢰성
요네자와 호노부 지음, 김선영 옮김 / 리드비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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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일본 문학계에서 가장 주목받은 작품. 나오키상 수상을 포함해 일본 미스터리 4대 랭킹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본격 미스터리 베스트 10>, <주간문춘 미스터리 베스트 10>, <미스터리가 읽고 싶다!>에서 모두 1위를 차지한 9관왕 달성이란 앞으로 이 작가를 능가할 작가가 나올까 싶을 정도로 수상력을 자랑하는 작가의 새로운 역사시대를 통한 추리 미스터리물을 만나본다.



1578년 정세를 축으로 하는 일본의 전국시대, 오다 노부나가 대 모리와 혼간지가 결탁한 두 세력 다툼 속에 오다의 휘하 무사였던 아리오카(有岡) 성의 주인 셋스 노카미 무라시게는 오다에게 반기를 들고 돌아선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오다는 구로타 간베를 사자(使者)로 보내고 간베는 죽을 각오로  무라시게를  설득하려 했지만 되려 감옥에 갇히는 신세가 된다.


무사로서 떳떳하게 적진에서 죽거나 살아서 돌아가도 자신의 일족에 대한 명예만은 지킬 것을 희망했던 간베는  뜻을 이루지 못하고 강하게 저항하지만  무라시게는 그의 뜻을 저버린다.







총 4 개의 장으로 펼쳐지는 흐름은 설야등롱(눈 내린 방의 등롱), 화영수훈(꽃 그림자의 공훈), 원뢰염불(멀리서 들리는 천둥과 염불), 낙일고영(지는 해의 고독한 그림자)을 통해 각 사건이 발생하는 과정을 담고 진실을 파헤치기 위한 과정 중 난관에 부딪칠 때마다 책략가 간베와의 면담을 통해 풀어나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인질로 잡힌 소년의 죽음, 적장의 수장이 누구인가에 대한 머리를 두고 뒤바뀐 사건의 진실, 밀사로 나선 수도승의 죽음에 얽힌 배후, 범인의 처단을 두고 발생한 내막들에 얽힌 사건들을 통해 당시 복잡한 난세의 시대를 살아갔던 무사들의 삶을 보인다.



하루가 멀다 하고 모시는 주군이 바뀌고 자신의 가문을 지키기 위해 자식이나 부모를 인질로 보내는 일이 다반사, 이런 가운데 수장인 무라시게가 겪는 리더로서 수하 부하들을 다스리는 고민들과 여기에 더해 살인사건까지 겹치는 진행은 일본의 역사 시대를 통해 당시의  상황들을 잘 그려낸다.



하나의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자신의 부하가 아닌 간베에게 다가간 무라시게의 입장은  자신의 수하중  믿을 만한 자와 비상한 두뇌 능력자를 갖추지 못했단 좌절감과 의심의  눈을 가질 수밖에 없었고  이런 점을 알고 있었던 간베의 안락의자 탐정으로서  조언을  참고 삼아 사건 해결을 풀어나가는 마음이 상당히 불안스럽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추리 미스터리를 표방한 작품 안에 보인 역사소설이기 때문에 실존 인물인 무라시게와 간베와의 일을 사실에 근거한 배경으로 삼고 그 안에서 저자의 상상력을 덧댄 내용들의 조합은 흥미를 끌기에 충분한 설정들의 지녔다.



특히 무라시게가 이룬 수장으로서의 불안한 위치와 본토박이 가문 무사들의 동요, 지키던 성들이 오다에게 하나 둘 항복하고 배신하는  무사들의 모습은 여기에 모리의 배신으로 인해 더욱 희망고문처럼 그를 사면초가의 입장으로 몰아가는 모습들이 당시에는 통용될 수 있었던 방식과 함께 등장인물들의 사연과 함께 애잔함마저 느끼게 된다.








이 작품이 단지 추리 미스터리란 장르에 머물기엔 많은 것을 드러내고 있다는 점도 인상적으로 다가온다.


이해 집산으로 맺어진 집단의 경우 고른 분배와 처우 개선에 대한 수장으로서 의지와 결단력, 민초들의 삶을 어디까지 이해하고 다스리는지에 대한 능력, 특히 복잡하게 맺어지고 배반을 일삼는 전국시대란 역사를 통해 마지막 장에 이르러 밝혀지는 진실의 순간이 밝혀지는 사연들은 대를 위해 소를 희생하는 것이 옳은 방법인가에 대한 많은 물음을 던진다.



- '신하와 주군의 벌을 두려워하라. 주군의 벌보다 신하와 백성의 벌을 두려워하라.'
'신하와 백성의 마음이 떠나면 반드시 나라를 잃는 법, 기도하고 사죄해도 그 벌은 피할 수 없으리라.'
'그렇기에 신벌, 주군의 벌보다 신하와 만민의 벌이 가장 두려우니라.'  - p 523



 전진하면 극락, 후퇴하면 지옥이란 말로 전장에 목숨을 건 무사들과 백성들, 누구를 위한 전쟁이었는지에 대한 물음과 무라시게를 대표로 하는 거대 세력과 간베로 대표되는 일개 개인과의 담판을 통해 간베가 무라시게를 비난했지만 먼 훗날 간베 또한 무라시게와 다를 바 없는 행보를 보인점은 씁쓸함마저 느끼게 한다. (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수하로 임진왜란에 참전한다.)








두 명의 무장의 서로 다른 운명의 끈인 인과의 결과가 어떤 결과를 낳았는지, 각자가 지닌 신념의 토대를 통해 수수께끼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나가는 과정이 흥미롭게 이어진 작품이다.



일본의 전국시대 역사를 모르면 복잡하게 생각할 수도 있는 반면 이를 넘기고 추리 미스터리를 역사 시대 속에 적절히 녹인 작가의 새로운 면을 알고 싶다면 만족할 것 같다.





*****출판사 도서 협찬으로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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