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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장님이 너무 바보 같아서
하야미 카즈마사 지음, 이희정 옮김 / ㈜소미미디어 / 2022년 8월
평점 :
품절

도쿄 무사시노 지역을 중심으로 여섯 개의 매장 중 한 곳에서 일하고 있는 28살의 계약직 사원 다니하라 교코는 야마모토 점장님의 아침 조회 때마다 맥 빠지는 이야기와 눈치가 있는 것인지, 없는 것인지조차 모호한 웃음, 사람 속을 열나게 만드는 재주를 지닌 상사 때문에 혈압 상승이다.
게다가 책을 가까이하고 있는 책임을 갖고 있는 자리인 점장이란 위치가 무색하게도 책을 별로 읽지 않는 것은 물론, 여기에 기피 대상인 고객의 요구를 일일이 대응하자니 하루하루가 더욱 힘겹다.
더군다나 자기의 의중을 알아주던 직원 고야나기 마리마저 개인 일로 퇴사를 하니 정작 서점에서의 일이 자신에게 맞는 것인지에 대한 생각을 거듭하게 된다.
어릴 적만 해도 동네 서점이 많아서 문구를 겸하고 있는 곳이 있는 곳, 책만 전문적으로 하던 서점들이 있어 책을 구매한 기억들을 지닌 독자라면 이 작품에서 다루고 있는 서점의 풍경이 친근하게 다가올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든다.
평소 궁금한 책을 구매하거나 신간 코너를 통해 책 구경을 하러 가는 서점, 그 서점에서 책을 정리하거나 책을 찾아주는 직원들의 행동들 속엔 진정으로 책이 좋아서 일하는 모습들이 작품 속에 곳곳이 드러난다.
출판사와 서점 간의 관계, 출판사 영업사원과 직원과의 관계, 정작 고객들에게 꼭 권해주고 싶고 판매를 하고 싶어도 유통관계와 이익관계 때문에 대형 서점에 밀리거나 아예 관심을 두지 않는 서점에 해당돼 책 판매를 못하는 안타까움들이 일반 고객의 입장에서 몰랐던 부분들을 알 수 있어 더욱 흥미롭게 읽게 된다.
하루에도 이 직장을 그만두리라 마음먹고 가방에 넣고 다닌 사직서, 그녀의 열정 페이를 알고 있는 동료와 점장의 다른 방향으로 그녀에게 보내는 응원이나 행동들이 익명 작가가 쓴 신작에 대한 사인회와 맞물려 미스터리로써의 장치와 점장과 다니하라 간의 코믹한 설정과 대사들이 긴장감을 풀어주는 역할을 충실히 그린다.
- “다르지 않아요. 그렇다면 서점 직원 한 사람이 그만두면 손님이 만날 수 있는 작품을 만나지 못하는 경우도 있을지 모르잖아요? 실제로 제가 그랬고요. 다니하라 씨가 서점에서 일했기 때문에 저는 《공전의 에덴》과 만날 수 있었어요. 계속 살아갈 수 있었어요. 그건 도미타 아카쓰키 씨가 작가가 되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과 전혀 다르지 않다고 봐요. 그 소설가가 아니면 만들어내지 못하는 게 있는 것처럼 그 서점 직원밖에 장점을 전달하지 못하는 작품이 있을지도 모르고, 원래 그래야 한다고 생각해요.” - p 54
하루에 출간되는 많은 책들 속에 직원이 권해주는 책이라면, 믿고 읽어볼 만한 가치가 있겠단 생각, 먼저 출판사에서 보내온 교정 원고를 읽고 느낌을 솔직히 말하는 서점 직원의 자세들은 책을 쓴 저자나, 읽는 서점 직원의 입장, 출판사 입장에서도 모두 '책'이란 것을 통해 상호보완 교류 작용으로 하나의 작품이 세상에 나오는 흐름들이 인상 깊게 다가온다.

- “나도 책에 구원받은 적이 있어.”
책을 좋아하고 책을 통해서 위안을 받아본 경험을 가진 적이 있다면, 아마도 다니하라가 서점 일을 그만두지 못하는 이유 또한 공감할 수 있을 것 같다.
단순히 책이 입고되면 진열하고 재고 정리와 고객들의 요구에 부응하면서 책을 찾아주는 일을 하는 일이 서점 직원분들이 하는 일로 알고 있던 생각을 바꿔 준 책으로 생각보다 많은 일에 관여하고 있는 모습들이 신선하게 다가왔다.
그런 점에서 점장이란 캐릭터는 이 모든 고충들을 알고 있었으면서도 자신만의 방법으로 응원을 보낸 것이 아니었을까를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미워할 수도 없는 반전의 점장 캐릭터 탄생, 유쾌하면서도 직장인들의 애환으로 인한 찡한 공감을 통해 따뜻하게 그린 내용이라 책을 좋아하고 책 향기가 주는 특유의 느낌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더욱 좋아할 만한 작품이다.
*****출판사 도서 협찬으로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