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 존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213
저메이카 킨케이드 지음, 정소영 옮김 / 문학동네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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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문학상 유력 후보로 꾸준히 거론되고 있는 저메이카 킨케이드의 첫 장편 소설이다.

 

먼저 출간된 '루시'가 미국에서 보모로 홀로 독립된 개체로서 적응하는 과정을 그린 내용을  그린 것이라면 이 작품은 이보다 연령이 어린 애니 존'이란 아이의 열 살부터 열일곱 살까지의  또 다른 성장기를 보인 작품이다.

 

 

서인도제도의 앤티가가 섬에서 태어나 자란 외동딸인 애니가 사춘기를 통과하면서 겪는 성장통은 엄마와 같은 이름을 사용하고 같은 옷을 입고 한시도 엄마 곁을 떠나지 않았던 유아기의 느낌을 그대로 받으며 자란 아름다운 기억 속에 낙원이 있는 삶은 어느 날 예기치 못한 감정으로  다가오게 된다.

 

 

더 이상 어린아이가 아니기에, 성장을 관통하는 성장 징후가 나타나고 교복을 입는 학생으로서의 출발은 부모 손에 모든 것을 맡겼던 예전의 삶이 아닌 스스로 자립의 필요성, 그런 가운데 엄마와 부딪치는 감정의 파도가 높아지면서 앞과 뒤의 행동이 다른 반항의 시절을 거친다.

 

 

이는 자라면서 겪는 성장 시기 속엔 엄마와 딸이란 관계에서 생각할 수 있는 팽팽한 심리전의 양상들은 이들 모녀만의 모습만이 아닌 보통의 부모와 자식 간의 상반된 돌출 상황을 그린 것이라 공감도 되지만 뭣보다 애니란 아이의 시선으로 바라본 독립을 꿈꾸는 생각은 누구나 한 번쯤은 상상해보는 장면으로 다가온다.

 

 

나 자신을 아무것도 변한 것이 없는데 부모는 자란 아이로 인식함으로써 더 이상 어린아이가 아니라고 받아들이란 식의 강요(피아노 배우기, 여성으로서 어른들을 대할 때의 대화나 인사법, 재봉질, 저 아이의 어떤 행동으로 인해 사귀지 못하게 하는 것들...)

 

 

 

또한 부모의 부부 관계를 처음으로 본 원초적 장면과 그 이후 부모에게  느꼈던 불만들은  친구들과 함께 동질성 느낌으로 주고받을 수 있는 행동들과 말을 통해 스스로 하나의 인격체로서 성장해 가는 듯한 모습은 청소년 성장기에서 보일 수 있는 부분으로 다가온다.

 

 

 

하지만 이 소설에서 단순히 애니가 겪는 성장사를 그린 것 외에도 저자가 그동안 천착해온 흑인 페미니즘, 탈 식민주의, 인종과 계급의 차이를 엿볼 수 있는 장면이 함께 들어 있어 여러 부분에서 생각해 볼 부분을 던진다.

 

 

 

 

 

 

아프리카의 식민주의에 대한 역사는 애니가 학교에서 배우는 과목에서 콜럼버스 그림을 통해 현재 서인도제도의 역사의 식민역사를 생각해 볼 수 있고 이는 그림에 엄마가 엄마의  아버지를 부르는 말을 써놓음으로써 동급으로 인식됨을 보인다.

 

 

 

또한 학생 중 목사 딸인 백인 루스와 함께 배우는 모습을 통해 식민지 후손인 애니와 약탈자 국가의 국민인 루스를 대비시킨 부분들의 배치를 통해   자연스럽게 역사의 한 장면으로 그려 보인 점은 모순의 역사란 아이러니함을 느끼게 한다.

 

 

부모를 미워하면서도 사랑하는 양가적인 감정, 어른으로 성장하는 시기에 따르는 두 감정의 느낌은 석 달 반이나 내리는 비와 애니가 앓아누우면서  다시 예전처럼 부모님이 아기처럼 자신을 다루는 것을 느낀 감정은  한층 자란 자신의 모습을 마주하고 이 모든 현실에서 벗어나고 새로운 곳으로 정착하길 바라는 결심을 통해  성장통이자 미래를 생각하는 것처럼 느껴지는 장면으로 다가온다.

 

 

 

 부모가 자식을 사랑하는 마음들, 특히 엄마와 딸 사이의 긴장감 고조를 높인 감정선과 결속이란 모습을 통해 성장 시기를 겪고 어른이 된 독자들이라면 사랑의 본질에 대한 생각을 다시 해볼 수도 있는 부분들이란 생각이 든다.

 

 

 

엄마와 자식으로서의 분리되기 전인 아늑하고 포근한 낙원을 떠나 진정한 홀로서기를 하기 위해 미지의 세계로 발을 내딛는 애니의 성장은 그녀의 엄마가 할아버지와 독립된 삶을 살기 위해 도미니카를 떠난 것처럼 애니 또한 같은 절차를 밟는다는 상징은 흑인 페미니즘의 모습으로 비친다.

 

 

 

 

또한 다음 작품인 '루시'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여성의 독립적인 개체로서의 모습을 그린 두 작품의 공통된 서사를 함께 들여다볼 수 있는  연작처럼 다가온다.

 

 

 

 

 나의 이름은 '애니 존'이라고 말하며 부두로 가는 길에 마주치는 그녀의 어린 시절을 모두 담은 거리와 사람들의 모습을 대하며  "다시는 이것을 보지 않으리"라고 결심하는 것으로 더 이상 과거로의 회귀는 생각하지 않겠다는 그녀의 당찬 포부를 그린 작품은  열린 결말이라 더욱 인상 깊게 다가온 성장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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