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
모리미 토미히코 지음, 서혜영 옮김 / 작가정신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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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실과 환상의 세계를 교묘히 이어가는 작품을 통해 독특한 세계관을 구축한 작가의 대표적인 작품으로 영화 소설의 원작이기도 하다.

 

 

총 네 편의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여자와 남자 주인공, 그들의 이름은 드러나지 않은 채 그녀를 좋아해 쫓는 남자와 그녀의 이야기가 시선을 바꿔가면서 이어지는 흐름을 그린다.

 

 

일단 문체가 가볍고 요즘 말처럼 친근하게 다가오는 편이라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점이 눈에 띈다.

 

 

 첫 번째 이야기는  한밤의 교토 거리인 본토초 주변을 배경으로 하루 또는 밤동안 작은 모험을 그린다.

 

 

가짜 전기부랑이란 이름으로 불리는  술, 이백 옹, 하누키와 히구치, 도도 노인의 등장을 시작으로 한 발을 넘어선 환상의 세계 속에서 벌어지는 기괴한 경험은 이후 다른 이야기 편에서도   다른 공간에서 만나고 다른 배역을 맡은 배우처럼 등장하는 연결들이 흥미롭게 다가온다.

 

 

 

학교 선배로서 클럽에서 알고 있던 여학생을 짝사랑하는 남자 주인공의 허당끼와 술에 강한 여 주인공이 이백 옹과 대결을 벌이는 광경 등은 실로 꿈속을 헤매는 듯한 느낌을 주는 것은 물론  춘화 속 그림에 담긴 야릇한 부적을 선물 받은 그녀와 판타지처럼 상상의 나래를 펼쳐 보인 잉어가 회오리에 휩쓸려 하늘로 올라가고 다시 내려오는 장면, 3층 전차의 등장은 판타지 세계의 무궁무진한 낭만처럼 여겨지게 한 부분이라 실제로 존재한다면 승차해보고 싶단 생각이 들게 한다.

 

 

특히 첫 번째 이야기가 술이 등장하는 내용이라면  두 번째 이야기 '심해어들'은 책 이야기라 더욱 좋았던 챕터다.

 

 

헌책방을 돌면서 그녀가 찾는 책을 먼저 구입하고 그것을 건네면서 데이트 신청을 하고자 했던 남자의 돌발상황과 '헌책방 시장의 신'이 등장해 책에 관한 연결고리를 다룬 내용은 책을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들이라면 일말 공감을 느낄 수 있는 부분이자 어린 시절  책에 쓴 필체가 담긴  책이 다시 내 손에 들어오는 경험은 책을 통해서 느낄 수 있는  소중한 경험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이외에도 두 편의 이야기 또한 전혀 예측할 수 없는 엉뚱한 전개와 기인들과의 만남이 계속 이어지면서  가을의 대학 축제, 감기를 통한 쫄보 남자 주인공의 사랑 찾기가 실현될 수 있을까에 대한 결말이 알고 싶어 책을 넘기게 된다.

 

 

 

밝고 가벼우면서도 환상의 조합이 현실과의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아슬아슬한 경계를 타며 그린 내용들은 이 순간, 이 밤에도 여전히 그 둘을 만날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것은 환상이 가끔은 현실처럼 다가오길 바라는 마음이 들어서일까?

 

 

 

- "이백 씨는 행복한가요?"

 

"물론."

 

"그건 정말 기쁜 일이에요."

 

이백 씨는 빙그레 웃고 작게 한마디 속삭였습니다.

 

"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

 

 

 

 

 

**** 출판사 도서 협찬으로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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