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

류 - 제153회 나오키상 수상작
히가시야마 아키라 지음, 민경욱 옮김 / 해피북스투유 / 2022년 6월

 처음 대할 때 대만 출신 일본 작가의 작품이라 일본을 배경으로 다룬 내용일 줄 알았다.

그런데 배경은 대만과 중국 본토, 1970년대의 역사 속에 개인들의 부침을 다루고 있다.

일제 치하에서 함께 싸웠던 공산당과 장제스의 국민당이 분열되고 장제스를 따르던 국민당 일부가 대만에 정착하면서 3대의 이야기를 그린 이야기는 대만에 정착해 포목점을 운영하던 할아버지의 변사체를 발견한 손자 예치우성의 범인 찾기와 이에 맞물린 성장사를 그려낸다.

할아버지 죽음에 얽힌 배후를 밝힌다는 미스터리 추적은 충격받은 예치우성의 바람 잘날 없는 인생의 휘몰아침과 함께 역사를 관통하고 살아가는 여러 세대 간의 복합적인 상태를 통해 단순히 추리 미스터리 서사만이 아님을 느껴볼 수 있다.

대리시험을 통해 처음 시작된 어긋난 운명의 장난을 시작으로 첫사랑에 대한 미련과 이별,  범인이 누구인지를 끈질기게 밝혀나가는 모습의 예치우성이란 인물에 초점이 맞춰져 있지만 이 작품 속에는 많은 부분들이 우리나라의 역사 속에서 볼 수 있는 세대층의 분열들을 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

대만에 정착했지만 단지 짧은 순간에 머물 장소임을 인지하고 다시 고향 본토에 갈 날이 있을 것이란 희망을 버리지 않는 1세대 국민당 출신 노인들, 그의 자식들인 아버지와 엄마 세대가 느끼는 정착지에서의 생활, 그들의 손자인 대만 본토박이 출신이지만 대만어는 모르고 자라는 세대인 예치우성을 대표로 하는 세대들의 갈등은 우리나라의 7~80년대 반공의 기운, 살벌한 전쟁의 뒤 기운마저 느껴질 수 있는 적대적인 관계, 군대에서의 생활 모습과 예비군처럼 여겨지는 제대 후의 모습들은 생생한 현장을 보는듯한 착각마저 일으킨다.

역사는 반복되고 흘러가지만 그 역사 속에서 살아가는 인간들이 겪는 복수는 복수를 낳고 후회와 이에 대한 반성을 어떻게 마무리하느냐에 따른 결과들이 시원하게 쓸어내는 타 추리 미스터리와는 다른 결로 다가오게 한 작품이다.

특히 예기치 못한 범인의 실체는 반전의 맛이자 왠지 모를 서글픔마저 느끼게 한다.

모두가 가슴에 품고 살아가는 한( 恨), 그 고리를 끊고 살아가지 않는 한 마음속의 분열은 계속되고 이어질 수 있음을, 그럼에도 여전히 인생은 흘러가고 있다는 사실이   쓸쓸하고도 여운이  남게 한 작품이기도 하다.

저자의 이력을 보니 대만에서 출생해 많은 기간을 대만에서 생활하지 않았음에도 대만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내면을 들여다보는듯한 심리와 역사를 매치한 글들은 나오키상 수상작답게 시종 책을 놓지 못하게 흡입력이 좋았다.

***** 출판사 도서 협찬으로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