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그라비아의 음모

벨그라비아의 음모 ㅣ 레이디 셜록 시리즈 2
셰리 토머스 지음, 이경아 옮김 / 리드비 / 2022년 6월

전 작품인 '주홍색 여인에 관한 연구'에 이은 2편으로 다시 만나보는 여성 셜록 홈스의 활약을 예쁜 표지와 함께 만나본다.

전편에서 색빌 사건을 통해 남성이 주를 이뤘던 탐정의 역할을 훌륭하게 마친 샬럿의 생활은 신문을 통해 소소한 말 못 할 개인 가정사에 얽힌 답답함까지 풀어주는 사업으로 확장된다.

어느 날 잉그램 경의 부인인 레이디 잉그램이 찾아와 결혼하기 전 사랑했던 한 남자를 찾아 달라는 의뢰를 청한다.

그와의 사랑은  가정 형편상 이뤄질 수 없었고 둘은 일 년  중 한 시점을 기약하면서 한 거리를 서로 오고 가는 시선을 통해 안부를 확인하고 있었던 것, 그런데 약속 시간에 나타나지 않은 일이 발생하자 그녀는 그의 안부 확인 여부를 부탁하기에 이른 것이다.

알고 보니 그 남자는 샬럿의 이복 오빠인 핀치, 그와 샬럿의 자매들도 연락조차 하지 않은 상태에서 샬롯은 이 사건을 받아들이면서 조사해나간다.

한편  알 수 없는 신원미상의 남자 시체가 발견된 사건은 트레들스 경사가 사건의 배후를 밝히는 과정이 곁들이면서 혹여 죽은 이가 핀치가 아닐까에 대한 염려를 기반으로 두 가지 사건은 전혀 연관이 없을 듯 보인다.

하지만  조사할수록 모종의 어떤 기시감마저 느껴지는데, 과연 이 사건을 둘러싼 진실은 무엇일까?

주관이 뚜렷한 샬럿의 매력은 여전하다.

샬럿 홈스의 명성을 떠올리게 만드는 의뢰인의 복장과 말투를 통해 그 사람에 대한 판단을 내리는 모습도 여전하고 여기에 왓슨 부인과 그녀의 조카 페넬로페의 도움을 통해 사건에 다가서는 진행 과정은 고전 미스터리의 분위기를 만끽하며 읽는 즐거움을 준다.

전작에서도 이미 그린 바 있는 빅토리아 시대에 살아가는 여성들의 지위와 한계, 사회에서 인식하는 의례적인 관습에 자신의 의지대로 살아갈 수 없는 등장인물들의 묘사는 현대와 비교해 보면 여전히 착잡함을 느끼게 한다.

아무리 가난해도 결코 드러내 보일 수 없는 신분이 그 사람을 대표하는  한계(이는 우리나라 가난한 양반들의 모습과 겹친다), 그 안에서 진정 사랑한다고 믿은 남자와 이룰 수 없었던 한 여인의 사랑에 대한 아픔과 집착과 반전,  여기에 언니들과 함께 생활하기 위해 더욱 노력을 하는 샬럿의 모습들은 당대 결혼이란 제도가 남성들에게만 편중된 안일함과 무늬만 부부인 채로 살아가는 모습을 통해 진정한 사랑의 본질은 무엇인지를 생각해보게 한다.

특히 샬럿이 사회적으로 여성에게 불리한 결혼제도를 꿰뚫어 본 글들은 의미심장하다.

- "남자들은 다른 분야에서 분별력 있게 행동하는 사람조차 완벽한 여자를 찾을 수 있다는  환상에 빠진다. 그런 환상의 문제는 완벽함을 추구하는 행위가 아니라 완벽함의 정의에 있다. 여기서 완벽한 여자란 남자라는 존재의 모든 측면을 빛내 주기 위해서, 남자의 수준과 똑같은 지성과 재치와 관심거리를 지닌 채 그 남자의 삶에 감쪽같이 녹아들 수 있는 아름다운 외모를 지닌 여성이다."- p330

그런 점에서 사건을 풀어가는 과정에서 고급스러운(?) 청혼을 한 밴크로프드 경을 대하는 샬럿의 고민과 잉그램 경과의 알쏭달쏭한 밀당의 감정들 또한 이 작품을 읽는 재미를 추가한다.

여기에 밴크로프트가 샬럿에 대한 평가는 정확히 보는 안목이란 생각이 들게 하는  장면이라  후에 두 사람의 연합으로 이뤄진 사건 해결에 대한 기대감을 지니게 한다.

전작에서의 모리아티와의 악연은 여전히 중심적인 사건으로 이어진다는 점은 차후 이 시리즈에서 어떤 악연으로 발전할지, 특히 잉그램이 겪은 마음의 상처와 부인의 다음 행보마저 미지의 여지를 남겨둔 터라 읽는 내내 연민과 상상력을 더하게 만든다. 

그 누구에게도 속박당하지 않는 나만의 인생 쟁취와 결혼관을 지닌 샬럿이란  이름을 지닌 여성을 주인공으로 그린 시리즈답게  저자의 새로운 감각을 통해 그린 내용은  고전 추리물로써 색다르게  다가왔단  느낌이 들게 한다.

특히 마지막 생각하지 못했던 인물의 반전은 보너스~

***** 출판사 도서 협찬으로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