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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노말리
에르베 르 텔리에 지음, 이세진 옮김 / 민음사 / 2022년 5월
평점 :
2021년 3월 10일 파리- 뉴욕을 운항하는 에어프랑스 항공기가 난기류를 맞으면서 위기에 봉착하게 되지만 무사히 미국 공항에 착륙한다.
이어 세 달 뒤인 6월 24일 동일한 기종, 같은 기장과 부기장, 승무원 및 승객들마저 모두 같은 사람이 함께한 항공기가 같은 난기류 지점을 만나고 미국의 통제로 공군기지에 불시착하는 일이 발생한다.
전대미문의 의문투성이인 이 사건을 바라본 미국 정부는 곧 9.11 테러 이후 마련한 특급 매뉴얼, 그중에서도 프로토콜 42를 발동해 각 전문분야의 과학자들을 극비리에 소집하면서 해결방안을 풀기 위해 노력을 한다.
같은 항공기 안에 같은 동승객들, 이들 중에는 평범한 가장이자 뒤에선 청부업자로 일하는 사람, 동성애자인 가수, 변호사, 사랑에 대한 각기 다른 관점으로 인해 고민하는 연인들, 결코 말할 수 없는 비밀을 간직한 소녀... 사는 곳도 다르고 하는 일도 다른 이들은 세 달이란 시간차를 과연 극복할 수 있을까?
상당히 복합적이고도 세련된 문학작품을 대하며 읽었단 느낌이 든다.
총 3부로 나뉘어 진행되는 이야기는 항공기가 난기류를 맞기 전 여러 인물들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2부에선 불시착 한 이후 미 정부와 과학자들의 이 현상에 대한 추리론을 통해 현실에서는 결코 일어나기 불가능한 사건을 SF형식으로 이어진다.
이어 미스터리처럼 의문이 가득 찬 이 사건에 대한 이유 설명들은 과학의 이론과 기상의 이야기가 곁들여지면서 3부에 이르러서는 도플갱어처럼 자신의 분신을 서로 마주 바라보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흐름은 철학의 느낌으로 다가온다.
각자 다른 삶의 이야기를 지닌 사람들의 연결고리는 항공기 안의 동승 고객이란 점에서 통일성을 갖되 서로가 알지도 못하는 사이에 연결성을 맺는 진행과 자신의 분신을 통해 인간 실존에 대한 주제를 어떻게 생각할 수 있는지, 인간이 지닌 자유에 대한 범위는 어디까지 의미하는지에 대한 다양한 생각할 부분들을 던진다.
분신의 존재를 통해 이를 받아들이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수긍하지 못하는 사람, 자신의 사랑에 대한 모습을 바라보면서 느끼는 단상들과 이후에 행한 행보들, 행복과 불행의 차이는 동전의 양면성 같기에 분신을 통한 자신의 인생과 존재란 실체를 인식하는 행위들을 통해 작가가 보인 작품의 내용들은 다채롭고 혼합된 여러 장르를 보는 듯하면서도 신선한 느낌을 부여한다.
작품의 제목이 이상, 변칙, 모순을 뜻한다.
삶에 있어서 뜻하지 않게 부딪칠 수 있는 여러 가지 난관들에 대한 비유처럼 들리기도 하고 이러한 모든 일들이 닥친다면, 작품 속 내용처럼 만일 나가 나의 분신을 대면하게 된다면 나는 이를 수용할 용기가 있을까?
쌍둥이와는 다른 의미를 지닌 분신이란 존재, 작품 속 등장하는 여러 인물들이 선택한 방식도 각양각색으로 최선의 선택을 했다는 점에서 작품을 읽고 난 후에 여러 가지 이야기로 풀어나갈 수 있겠단 생각을 해본다.
2020년 콩쿠르상 수상작답게 기존의 작품성에 식상한 독자라면 읽어봐도 좋을 작품, 한국말로 번역해 제목을 정한 것보다 더 뜻깊게 와닿는 L’Anomalie, 그 자체로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