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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래스 호텔 ㅣ 스토리콜렉터 101
에밀리 세인트존 맨델 지음, 김미정 옮김 / 북로드 / 2022년 5월
평점 :
캐나다 밴쿠버섬 최북단의 오지 카이에트에 자리한 호텔 카이에트에서 일하고 있는 배다른 남매 폴과 빈세트-
오빠는 마약에 절어있는 생활과 뜻하지 않는 사건에 관련되면서 동생과 함께 이곳에서 청소부, 동생은 바텐더로 일하는 중이다.
어느 날 호텔 유리창에 '깨진 유리를 삼켜라'라는 낙서가 발견이 되면서 주동자로 폴이 지목되고 이후 폴은 그곳을 떠나게 된다.
하지만 실제 이 호텔 주인이자 금융 관련 회사를 운영하고 있는 조너선 알카이티스의 구애를 받은 빈센트는 그의 부인 행세를 하며 살게 된다.
엄청난 규모의 금융 사업을 통해 부를 일군 조너선 곁에 돈 걱정 없이 돈의 나라에서 살아가는 빈센트는 일명 트로피 와이프로서 그를 위해 자신의 감정조차 표현하지 못한 채, 기존의 어렵고 힘든 생활에서 탈피한 이 생활을 비교하며 살아간다.
호텔에 모인 손님을 대상으로 자신의 사업 계획 구상을 통해 투자자를 끌어들이는 수법, 하지만 그의 사업이 폰지사기란 것이 밝혀지면서 그는 법정 170년 형을 선고받고 복역하게 되며 빈센트는 그의 곁을 떠난다.
실제 2008년 역사상 최대 폰지사기 사건을 모티브로 한 이 소설은 각기 다양한 인물들의 출현을 통해 그들이 평생 일궈온 모든 재산들이 한순간에 소멸되고 이후 그들의 인생이 어떻게 변했는지를 그린다.
해운회사에 다니면서 미래를 위한 설계를 위해 투자한 컨설턴트 리언 프레반트, 호텔 지배인, 유일한 집세를 내면서 살아가는 여인,,,,
이들에게 닥친 이런 사기 사건이 한 장의 종이로 인해 모든 결과물로 드러난 일련의 사태는 희망이 절망으로 변해가는 순간은 한순간임을, 더군다나 조너선이 교도소에 수감되어 현실을 피하고자 하는 심리상태를 드러낸 카운터 라이프는 일종의 과거 속으로의 행복했던 순간만을 그리워하는 모습으로 비친다.
특히 폰지 사기사건에 일조한 자산관리팀의 '알면서도 모르는 게 가능하다'란 말로 자신들이 저지른 일에 대한 회피성 내지는 외면한 일들은 법 앞에서도 조금이라도 형량을 덜 받기 위해 애를 쓰는 일에서부터 해외도피에 이르기까지 그들의 인생 또한 나락으로 떨어진 모습조차도 인생의 한 단면이 이렇게 씁쓸하게 다가온다는 사실이 자기기만에 따른 결과물이 어떠한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빈세트 또한 돈에 대한 걱정에서 벗어난 생활의 패턴이 한편으로는 안정이 되기도 하지만 조너선이 하고 있는 일이 대강 어떤 일이란 것을 알면서도 돈의 왕국에서 살아가는 것에 빠진 '보여도 보이지 않는 지경에 이른' 흐름들이 사회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들의 모습을 되돌아보게 한다.
선상에서 발생한 신원 미상 여인의 실종 사건을 조사하기 위해 나선 컨설턴트 리언 프레반트와의 인연과 첫 장과 끝 부분의 연결고리가 이어짐으로써 밝혀지는 내막들은 사기극이 개인들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담담하게 그려나간다.
유리는 닦을수록 실제 그곳에 유리가 있는지조차 모를 정도로 투명함을 유지한다.
그런 유리가 깨지면서 삶의 한 부분으로 파편이 날아올 때 우리들의 마음 또한 예전 같을 순 없음을, 현실적인 모습을 담은 내용들이 잔잔한 수면에 흐르는 소용돌이처럼 몰아치는 작품이다.
각기 다른 인물들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그린 내용들이 퍼즐 맞추기처럼 마지막에 이르러서 완성되어 밝혀지는 흐름도 인상적이지만 우리들 삶에 드리워진 돈에 대한 생각과 인생에서 중요한 것을 놓친 부분은 없는지에 대한 생각을 해보게 한다.
[스테이션 일레븐]이 왓챠에서 방영되고 있다는데, 이와는 다른 분위기의 이 작품을 읽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 출판사 도서 협찬으로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