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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여왕 - 아무도 보지 못하는 것을 보는 자
후안 고메스 후라도 지음, 김유경 옮김 / 시월이일 / 2022년 5월
평점 :
게이인 경찰 존은 성매매와 관련된 여성을 그곳에서 빠져나올 수 있도록 일을 도모하다 되려 함정에 빠져 정직을 당한다.
그런 그에게 '멘토르'란 자가 찾아와 자신의 부탁을 들어준다면 그가 처한 이 상황을 없던 일로 해주겠다는 제안을 한다.
그 부탁이란 '안토니아 스콧'이란 여인을 데려오기만 하면 되는 것, 이에 그녀가 살고 있는 곳으로 간 존은 세상과 등진 채 3분 동안 자신의 모든 것을 집중하며 자살을 생각하는 이상한 그녀와 마주한다.
자신 때문에 식물인간이 된 지 3년이 된 남편, 아들을 곁에 두지 못하는 현 상황에서 살아가는 그녀, 끝까지 거절해야 했지만 이번 사건만큼은 왠지 거절할 수가 없다.'
라 핀카-
스페인 상류층 중에서도 탑에 속하는 이들이 자신의 사생활을 보호받고 살아가는 초호화 부촌에서 기괴하고도 섬뜩한 상황이 벌어진다.
범행 현장 장소는 유럽 최대 은행 총장 집으로 그의 아들의 시체가 소파에 있되 신체에서 피가 모조리 빠진 상태였다.
상상도 못 한 이런 방식은 비슷한 시기에 글로벌 섬유 제국의 상속녀인 카를라가 납치되면서 사건들의 연관성에 촉각을 곤두세운다.
두 사건의 공통점이라곤 유일하게 '에세키엘'이라고 알려진 납치범이 자신의 요구를 들어준다면 무사히 풀려날 것이란 경고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부모는 모두 입을 함구한다.
과연 존과 안토니아의 콤비로 이루어진 이들은 사건 해결을 어떻게 풀어나갈 것인가?
범 국제적인 싱크탱크 조직에서 원하는 인재 선발과정에서 탁월한 능력을 보인 안토니아가 그들의 인간 정신의 황폐함까지 몰아간 훈련을 거쳐 아무도 보지 못하는 것을 보는 능력을 발휘하기까지의 과정과 이와 연관된 그녀의 가정사의 비애, 그리고 결코 남을 믿지 않는 혼자의 삶을 위태하게 지탱하는 여 주인공의 탄생 서막을 알리는 작품이다.
증거라고는 남기지 않은 범인의 실체에 대한 추적 과정과 인질들이 처한 끔찍한 상황의 묘사, 제한된 시간 내에 구출해야 한다는 두 사람의 조바심과 이들을 견제하는 USE( 국가경찰 납치 및 갈취 전담부) 간의 경쟁심은 사건을 더욱 모호하고도 어렵게 만들어 나간다.
특히 안토니아의 개인사와 맞물린 한 인간의 정신적인 파괴의 장면은 어떤 목적을 위해 뛰어난 능력을 지닌 인간을 기계처럼 자신들의 의지대로 만들어 활용해보고자 한 특정 집단의 이기심, 일명 붉은 여왕 프로젝트를 통해 그곳에서 벗어나 평범한 삶을 살아갈 수없을 정로도 황폐해진 주인공의 심리를 통해 사건의 몰입을 높인다.
보통 범인이 요구하는 의도를 통해 독자들이 이해할 수 있는 그들만의 이야기가 설득력 있게 그려지고 이를 통해 추리의 반경이 어떻게 확장되는지 살펴보는 진행이 스릴의 형식이라면 이 작품 속 내용은 범인 자신이 당했던 억울함이란 상황도 부합되지 않은, 단지 글로벌 기업의 위선을 경종한다는 의미란 차원에서 이런 일들을 벌인 과정이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 말 그대로 사이코패스의 활약으로 보인다.
인질로 잡힌 카를라의 끈질긴 도전 정신, 허를 찌른 범인의 실체, 붉은 여왕 프로젝트란 이름으로 탄생한 안토니아 스콧의 명민한 활약은 작품 전체를 통해 색다른 여주인공의 탄생으로 이어진다.
여기엔 부모라도 당신들이 가진 것은 지키려는 인간의 끝없는 이기심과 욕구, 그런 부모를 바라보는 자식의 마음, 모성애란 이름마저 허락지 않은 아픔들까지...
3부작 시리즈로 이어진다는 책의 내용은 그래서 그런 것일까?
도통 범인의 의도를 이해할 수없던 부분이 이를 주도하는 인물의 이름이 등장하면서 다음을 기약한다는 의미에서 궁금증이 더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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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사람이에요, 존. 악마 같은 인간, 내가 그자를 잡는 걸 좀 도와줬으면 좋겠어요."
"이름이 뭐죠?"
"진짜 이름은 몰라요. 아무도 모를 거예요."
(...)
"스스로 미스터 화이트라고 하더군요."
***** 출판사 도서 협찬으로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