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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조가 놓인 방 ㅣ 소설, 향
이승우 지음 / 작가정신 / 2022년 4월
평점 :
남미로 출장차 간 그곳에서 '당신'은 그녀를 만난다.
책의 화자로 불리는 '당신'은 유부남으로 업무를 마치고 의도치 않게 만난 그녀는 남편과 아들을 비행기 사고로 잃은 가이드 출신이었고 그가 현지인에게 난처한 일을 당할뻔한 일을 계기로 그곳을 빠져나와 함께 바다를 향한다.
가족을 잃은 허망함을 간직한 그녀와의 만남은 사흘 뒤 욱스말에서 재회를 하면서 인연이 이어진다.
일을 마치고 좌천 비슷하게 H시로 발령이 난 당신은 아내와의 관계도 소원하다.
서로가 부딪칠 일을 만들지 않는다는 암묵적인 부부생활, 심지어 아내가 전 연인 K를 만나러 요양원에 가는 것을 알면서도 말 한마디 하지 못한다.
그런 상황에서 16개월 뒤 당신은 그녀가 살고 있는 H시에 오면서 그녀와 연락이 닿아 만나고 그녀의 집에서 한 달을 함께 생활하지만 생각했던 것처럼 지내지 못한 채 집을 나온다.
서로가 위안을 받을 수 있었던 그들 관계의 어긋남은 무엇이었을까?
그녀가 당신의 면도기와 액자를 가져가란 연락을 받기 전까지도 스스로 명분을 만들고 행동을 하는 일이 있기까지 자신에게 감정을 검열했던 남자, 부부관계의 적신호, 그런 가운데 짧은 시간이었지만 서로에게 위로가 될 수 있었던 두 사람의 극과 극인 시점에서 헤어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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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개의 사랑은 오해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을 당신은 알지 못한다. 아니 당신의 무지는 오해에 근거하고 있다. 사랑에 빠져 있다는 오해, 즉 환상이 사랑을 시작하게 하는 근원적인 힘인 오해의 정체를 인식하지 못하게 한다."
그녀의 방에 있던 욕조는 그녀가 몸을 담그고 머리를 수면 위에 올리는 행동과 욕망은 있지만 행동에는 주저했던 당신으로 대비된다.
작가의 종교 색채가 들어있는 듯한 부분들을 통해 사랑에 대한 기존의 생각들에 반하는 의외의 시선을 담은 내용들이 쓸쓸하게 다가온다.
가정, 직장 그 어디에도 안정을 취할 수없었던 당신이 그녀와의 만남을 통해 서로에게 구원이 될 수도 있었을 과정이 사랑에 대한 기대가 무너지고 착각과 환상으로 여겨지는 모습들은 사랑이란 모습의 또 다른 면을 들여다보게 한다.
욕조에 있던 그녀에 대해, 당신은 비로소 그녀가 없는 그녀의 방에 텅 빈 욕조를 바라보면서 무엇을 느꼈을지...
사랑의 실체에 대한 저자의 생각을 담은 작품은 문장 하나하나를 읽으면서 이해가 되면서도 이해가 되지 않는 묘한 감정을 느끼게 했다.
사랑에 대한 모습을 이렇게도 생각할 수 있구나를 느끼게 한 작품, 눈으로 볼 수 있게 증명하긴 어렵지만 사랑 없이 살아가기도 어려운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본다.
***** 출판사 도서 협찬으로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