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인의 사랑
다니자키 준이치로 지음, 장현주 옮김 / 새움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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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자이 오사무의 문학세계와는 결이 다른 작가,  다니자키 준이치의 작품이다.

 

초년 작인 '문신'과 '치인의 사랑' 두 편이 수록되어 있는 작품은 작가에 대한 평판인 탐미주의, 페티시즘, 관능주의, 여성 숭배, 예술지상주의, 악마주의, 에로티시즘을 제대로 느껴 볼  수 있다.

 

첫 이야기인 '문신'은 문신 사인 세이키치가 자신이 원하는 문신을 제대로 소화해줄 사람을 찾다 만난 한 소녀를 보면서 시작된다.

 

 재료나 원료가 좋아야 효과가 더 크게 다가온다는 마음을 지닌 그는 자신이 오래도록 바라던 숙원인 빛나는 미녀의 피부를 얻어 그 안에 자신의 혼이 담긴 문신을 새기는 것이다.

 

그런데 그런 소녀를 만나 그는  소녀의 등에 자신의 심혈을 기울여 문신을 새겼고 그 소녀는 예전의 소녀가 아님을 발견한다.

 

 

두 번째 이야기인 이 작품의 제목 '치인의 사랑' 일명 어리석은 사랑이다.

 

저자가 쓴 시기를 감안하고 읽지만 읽으면서도 참 이런 한심한 남자가 다 있을까, 어리석은 사랑이 아닌 지질한 사랑을 대표하는 인물이란 생각마저 들게 하는 이 남자, 가와이 조지다.

 

28살에 안정된 직장에 군자란 소리까지 듣는 그가 15살의 소녀 나오미의 발을 본 순간 빠져버리고 그녀를 자신의 취향에 맞게 교육과 생활지도를 한다면 아름다운 여성으로 변할 것이란 믿음으로 그녀와 동거를 시작한다.

 

두 개의 작품을 통해 저자의 생애와 관련된 일들을 연관 지어 생각해 보며  읽어야 작품의 묘미를 제대로 느낄 수 있다는 점에서 저자가 평생 일착해온 관능과 여성을 대하는 숭배, 에로티시즘이 문학이란 틀에서 어떻게 그려지고 있는지를 느껴보게 하는 작품들이다.

 

문신가 세이키치 스스로가 완벽한 예술 작품처럼 생각하는 문신을 새긴다는 것은 스스로 완벽성을 이루기 위한 나르시시즘 같은 행보를 통해 만족을 하고 소녀 또한 예전의 순수한 소녀가 아닌 새로운 여성으로서의 탄생을 예고하는 듯한 마무리는 저자의 예술지상주의에 대한 생각을 엿볼 수가 있다.

 

그런가 하면 사랑이란 이름으로 나오미란 소녀에게 빠져 그 스스로가 굴레에 들어선 한 남자의 기구한 운명이야기인 '치인의 사랑'은  나오미란 소녀를 아름다운 성인 여성으로 키워 언젠가는 행복한 부부로서의 삶을 꿈꾸던 그의 마음을 짓밟는 나오미를 보고도 이별하지 못한 채 여전히 그녀가 원하는 방식대로 살아가는 나약하고 힘없는, 어리석은 자의 말로를 대변하는 듯한 모습을 차근히 보여주는 작품이다.

 

 

작가는 실제 처제와의 일을 작품 속에 드러냈다고 하는데, 지금 생각해봐도 이해를 할 수 없는 그의 파격적인 사랑의 행보(???)라고 하기에도 무리가 있을 듯싶고, 가와이 조지의 결혼관에서도 알 수 있듯이 정해진 중매와 맞선을 통한 결혼이란 제도를 거부한 채 사랑의 자유 쟁취를 통한 진정한 사랑에 대한 갈구를 선망해온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점차 성숙해져 가는 나오미의 매력에 빠져 아닌 걸 알면서도 그녀를 그리워하는 조지란 인물을 통해 '사랑'의 실체는 무엇이며 진정한 '사랑'이라고 믿는 조지의 생이 행복하길 바라는 마음이 드는 것은 나만의 생각인 것인지...

 

두 작품 모두 당시 시대를 앞선 파격적인 작품임엔 틀림없단 생각이 든다.

 

 

 

 


***** 출판서 도서 협찬으로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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