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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움의 정원에서
크리스티앙 보뱅 지음, 김도연 옮김 / 1984Books / 2021년 12월
평점 :
책 속에 담긴 내용을 읽을 때, 이에 대한 느낌을 오로지 나만이 간직하고 싶을 때가 있다.
한 줄 한 줄 읽을 때마다 독서노트에 적기 바쁜 문장들이 있다면 그러한 마음을 갖게 되는 글들...
크리스티안 보뱅의 글이 그렇다.
짧은 분량의 글 속에 담긴 그만의 언어로 표현되는 글쓰기의 세계, 독자들은 그의 마음속에 가직된 비밀스러운 마음을 엿보듯 한 언어의 유희들을 즐기는 호사를 누린다.
16년간 오로지 지긋이 그녀의 곁을 지켰던 자신이 그녀가 세상과 이별을 고한 후에 그 상실함과 사랑하는 마음, 고독과 환희, 죽음에 관한 모든 것을 잔잔히 흐르는 물처럼 고요히 적은 글들이 마음을 흔들어놓는다.
세상을 향해 자유롭고 사랑이 가득한 삶을 살아갔던 그녀, 지슬렌을 향한 그의 사랑은 이 세상과 저 세상의 차이를 느끼면서도 느끼지 못한 듯한 이 순간의 존재로서 그의 곁에 있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문장들이 손놀림을 부지런히 놀리게 한다.
언어로 어우러진 그만의 정원, 그녀와 그녀의 아이들이 있고 자연 속에 머물렀던 그 한순간 한순간들이 너무도 소중해 노래와 이야기로 가득 찬 정원을 만든 그의 사랑은 삶과 죽음에 대해 보다 진지한 생각을 더듬어 보게 한다.
일순간, 찰나의 순간일지라도 그녀의 숨과 목소리, 자연 속에 머문 그 모든 것들과 함께 했던 그만의 언어는 한번 읽고 그치기에는 너무도 부족함을 느끼게 하는 문장들로 가득하다.
두 번이고 세 번, 그 이후로도 오랫동안 입 안에 조용히 읊조리듯 읽어보는 문장들, 읽으면 읽을수록 단어가 남긴 그 발자취를 잊을 수 없게 하는 작가의 섬세한 표현력을 통해 이 삶을 사랑할 것이란 말에 위안을 갖게 되는 작품은 한동안 손에서 떠날 수 없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