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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만의 살의
미키 아키코 지음, 이연승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1년 11월
평점 :
2021년 '본격 미스터리 대상' 최종 후보작에 오른 것으로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만나게 된 미키 아키코 작가의 작품이다.
1966년 후쿠미 시에 있는 명망 있는 '니레 가문' 저택에서 이 집안의 당주인 니레 이이치로의 갑자스러운 죽음과 이후 장례절차에 따라 가족이 온 집안에 모이게 된다.
이이치로의 아내를 비롯해 두 딸과 사위들, 며느리, 손자, 그리고 법률과 세무회사 운영에 참여하고 있는 사람과 죽은 남편을 보좌했던 이들까지 한데 모인 원탁의 테이블에서 돌연 큰 딸 사와코와 시간을 두고 손자 요시오가 죽는 사건이 벌어진다.
한정된 공간에서 벌어진 죽음의 사인이 비소 중독이란 사실과 정황상 부인할 수 없는 증거가 나오면서 범인으로 사와코의 남편 하루시게가 지목된다.
이에 하루시게로부터 자백을 받아낸 이 사건은 한 장소에 모인 가족들 사이에서 이뤄진 가해자와 피해자가 동시 발생한 사건으로 한동안 떠들썩 한 사건으로 남는다.
이후 무기징역 형에 처한 하루시게는 20년의 시간이 흐른 현재 가석방 상태로 나오게 되고 곧 니게 가문의 유일한 생존자인 니게 집안의 둘째 딸 도코에게 서신을 보내면서 지난 사건에 대한 진행이 이어진다.
두 사람 간의 서신을 통해 그동안 하루시게가 자신의 결백을 증명하는 장문의 편지와 범인 추정에 대한 글, 이 글에 대한 나름대로 추리소설을 즐겼던 도코의 수긍과 상반된 당시 사건의 실제에 접근하는 방식들이 놀라운 반전이 이어지면서 범인은 누구인가에 대한 궁금증이 이어진다.
하루시게, 그는 왜 자신이 결백함에도 불구하고 범죄 인정을 해야만 했는지, 자신의 계획이 어긋나면서 틀어져버린 자신의 인생을 되돌아보는 장면에선 한 인생의 반전이 너무도 기막히고 이런 일들이 정말로 벌어질 수도 있을까에 대한 생각을 해보게 된다.
'사랑'이란 이름으로 서로가 보호하고자 했다던 연인들의 사연, 이후 두 사람의 동반자살에 대한 의문점을 통해 사건의 진실에 대해 밝혀지는 반전은 제목 그 자체로서 독자들에게 '기만의 살의'란 것이 정말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세 사람을 죽인 동기에 대한 사건의 실마리를 풀기 위해 하루시게는 자신의 인생을 거의 걸었다고 볼 수 있는 추리력과 그렇게까지 해야만 했던 절차들이 범인 스스로가 자발적 인정을 유도하기 위한 계획의 진행이었던 점을 통해 마치 '동트기 힘든 밤'이나 드라마 '싸인'에 등장하는 주인공들과 비슷한 연민을 느끼게 한다.
사랑과 증오, 용서란 단어가 모두 동반된 이 사건의 실체들은 그 모든 것들의 진행과 빈틈없었던 계획들이 자신의 인생을 스스로 져버린 결과를 가져왔다는 회한의 감정들을 서신을 통해 주고받으며 20년의 시간 차를 두고 밝혀지는 내막의 반전으로 추리 스릴러의 맛을 느껴보게 한다.
마치 밀실 살인과도 같은 한정된 공간에서 벌어졌던 서로가 다른 이상을 품고 있었던 사건의 실체, 하루시게의 인생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해보게 했던 작품이다.
**** 출판사 도서 협찬으로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