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인 (양장)

나인 (양장) ㅣ 소설Y
천선란 지음 / 창비 / 2021년 11월

'천 개의 파랑'으로 친근한 작가의 신작, 영 어덜트 문학을 가제본으로 접해본다.

 동물과의 교감을 나눈다는 이야기들은 이미 익숙해진 패턴이지만 이번엔 식물과의 교감을 다룬다.

정확히는 식물이 하는 말을 듣는다는 설정으로 17살인 유나인을 통해 그린 이야기의 주축은  식물처럼 땅에서 사는 종족인 '누브'족이 살기 위해 지구에 정착하면서 그들의 특별 능력을 지닌 이야기를 통해 참신한 이야기를 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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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식물처럼 땅에서 자라는 종족을 부르는 그 이전 행성에서 자신들을 지칭했다던 단어, 초거성 리겔 근처에 있던 지구만 행성. 그곳에서 살았던 종족 누브"

어느 날 자신의 손톱에서 싹이 자라고 식물들의 하는 말을 듣게 된 나인은 함께 살고 있는 지모 이모로부터 그들의 실체를 듣게 되고 이는 2년 전 실종된, 가출자로 알고 있는 선배 박원우 사건에 대한 진실을 파헤치는 과정을 그린다.

많은 사람들의 뇌리에 사라져 버린 사건, 하지만 아버지만은 그럴 수 없어 전봇대에 전단지를 붙이고 박카스 상자를 들고 경찰서 담당 형사를 찾아가는 부성애는 나인으로 하여금 외면할 수 없는 행동으로 나서게 한다.

 그날 벌어졌던 일들의 내막을 알려주는 금옥이란 나무가 기억하고 들려주는 이야기를 토대로 어릴 적 친구들 미래와 현재, 그리고 자신과 같은 누브족인 해승택과의 합세하며 사건의 장소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판타지 분위기와 함께 푸르고 청아한 불빛을 상상하며 빠져들게 한다.

생명의 씨앗이 땅에 자생하며 살아남기 위해 애를 쓰지만 일부는 이런 부분들을 견디지 못하고 죽는다는 생태의 현장에서 지모 이모가 키운 것들 중 아홉 번째 씨앗으로 자란 나인의 이름 유래도 인상적이었지만 무엇보다 따뜻함이 많이 느껴지는 내용들을 품은 작품이었다.

환생이란 것을 생각해보기도 하는, 금옥 나무의 인생 이야기도 그렇고 원우와 친구들의 이야기도 그렇고, 인간들이 살아가는 세상에서 정작 가장 나쁜 이들은 인간 자신들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게도 한 작품이다.

식물을 키우는 입장에서 읽는 독자라면 이야기의 진정성을 훨씬 체감 있게 다가올 수도 있는 장치, 나인이 겪는 성장통과 정체성 사이의 고민, 친구들의 남다른 우정은 한국형 판타지 문학으로서 발전된 독보적인 이야기로써 손색이 없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 출판사 도서 협찬으로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