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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한 숨결 ㅣ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96
유즈키 유코 지음, 민경욱 옮김 / 비채 / 2021년 9월
평점 :
《고독한 늑대의 피》이후 두 번째로 만나는 작가의 작품이다.
여성 작가 글이란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선이 굵은 전 작품에 이은 이번 작품은 “여성이 주인공인, 여성의 서사”를 쓰고 싶었다던 바람처럼 이번 작품 또한 읽는 내내 진범은 누구인가에 대한 의문점과 함께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한다.
초등시절 뚱뚱한 외모로 인해 왕따 비슷한 경험을 한 후미에, 다른 곳에 전학을 가면서 중학생이 되자 날씬한 몸을 유지한 노력 끝에 주위 친구들이나 주변 사람들에게 예쁘다는 소리를 듣는다.
하지만 두 아이를 낳은 후 신체의 변화는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가고 직장을 그만둔 후 육아와 가정 살림에 집중하는 시간은 그녀를 점차 자신감을 잃어버린 엄마, 정신상태의 혼란까지 겪는 지경에 이른다.
정해진 월급 안에서 생활하는 월급쟁이의 주부로서 이벤트 응모하기가 유일한 취미가 되어버린 날들, 그러던 어느 날 유명 가수 디너쇼에 이벤트 당첨이 되는 행운이 이어진다.
그곳에서 동창생 가나코를 만나고 그녀의 제안에 따라 뤼미에르 화장품 론칭을 통한 일자리 제안을 받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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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일은, 오직 너만 할 수 있어.”
너만 할 수 있어.
그 말에 후미에의 가슴이 격렬하게 뛰었다.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다른 사람이 필요로 하고 인정해주는 기쁨이 가슴에 가득 차올랐다. - p185
남편이나 아이들조차도 자신에 대해 관심을 보이지 않던 생활에서 친구가 건넨 용기를 심어주는 달콤한 말은 그녀로 하여금 도전 정신을 갖게 한다.
이후 기대치 않던 쏠쏠한 부수입, 가정 형편도 점차 나아지고 자신의 외모 또한 어느덧 날씬했던 옛 명성을 되찾아 가는데....
흐름은 크게 후미에를 중심으로 한 그녀의 이야기와 그녀가 가나코를 만나기 위해 만나는 별장에서 한 남자의 시신이 발견되면서 벌어지는 두 개의 진행으로 이어진다.
사업 파트너로서 그녀와 함께 다녔던 남자, 그는 왜 별장에서 죽었을까?
하타와 나쓰키로 이뤄진 콤비의 주변부를 통해 접근하는 진실은 점차 후미에를 진범으로 지목하는데, 과연 그녀는 해리성 장애를 앓고 있다는 병에 의해 이런 살인을 저지른 것인지에 대한 독자들의 궁금증을 불러일으킨다.
작품 전체적인 사건의 이야기 속에 담긴 살인에 대한 내용을 통해 그린 사회적인 문제점들을 적시한 저자의 날카로운 글들이 시종 현재의 우리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비춘다.
외모로 인한 위축과 그에 대한 거식증 반복을 통해 거듭나는 변천을 겪는 후미에를 통해 사회에서 인정하는 외모의 기준, 결혼과 출산으로 이어진 경력단절로 인한 주부들의 취업에 대한 애로사항 , 여기에 사건의 전말의 키를 쥐고 있는 범인의 뒤 이야기들을 통한 모습들은 다양한 이면들을 들춰낸다.
외모와 돈에 대한 집착, 이를 매개로 예전의 생활로 돌아갈 수없다는 한계에 몰린 범행의 진행들, 피해자이자 가해자가 될 수도 있는 연속적인 내용들은 어쩌면 등장인물들에게 국한된 일들만이 아닌 우리들 곁에서 얼마든지 달콤한 유혹처럼 다가올 수 있다는 데에 공포감을 자아낸다.
특히 보통의 사람들이 막다른 골목에 이르면서 벌인 사건의 배경들은 특정한 어떤 세력이 아닌 사람들의 사연들을 담아냈기에 한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지는 경위가 또 다른 안타까움으로 진행되는 점이 눈길을 끈다.
벌레잡이 통풀이라는 의미로 불리는 '네펜테스’란 제목이 주는 원작의 이름처럼 내용을 읽다 보면 왜 이런 제목이 붙게 되었는지를 공감하지 않을 수가 없게 한다.
그저 하루하루 생활해나가면서 작은 행복만이라도 누리고 싶었던 사람들, 그 사람들을 이렇게 몰아세운 환경은 누구의 책임일까? 에 대한 사회에 물음을 던진 저자의 글들은 사회파 미스터리로써 읽는 즐거움을 더해준다.
반전의 반전과 진범을 추적하는 두 콤비 형사의 수사능력, 여기에 여성 형사로서 앞으로의 활약이 기대되는 나쓰키의 모습들까지, 사회적인 세태의 비틀어진 욕망을 통해 현대인들의 외모 집착과 물질적인 만능에 유혹되기 쉬운 모습을 통해 경각심을 불러일으킨 작품이다.
***** 출판사 도서 협찬으로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