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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되지 않는 여자, 애디 라뤼 ㅣ 뒤란에서 소설 읽기 2
V. E. 슈와브 지음, 황성연 옮김 / 뒤란 / 2021년 9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는 방법 중에 대가를 지불하고서라도 이룰 수 있다면 이에 응하겠는가?
마치 파우스트를 연상시키는 거래조건에 응한 여자, 아들린, 애디란 이름으로 불린 그녀는 관습으로 인한 여성의 삶이 한정되어 있던 1698년 프랑스 사르트의 비용에서 살아가던 여인이었다.
원하지도 않던 결혼을 하게 된 그녀는 어둠의 신에게 자신의 처지를 호소하고 이 환경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애타게 부른다.
어둠의 신은 그녀의 소원을 들어주는 대신 대가를 원하고 그녀는 이에 응한다.
- 그렇다면 내가 다 살고 나면 내 삶을 가지세요. 내가 더 이상 원하지 않을 때 내 영혼을 가지세요."
그러나 자신의 소원을 이뤘지만 주위 사람들의 기억 속에 존재하지 않는 여자로 살아가는 여인, 그것이 그녀에게 족쇄가 될 줄이야 어찌 알았을까?
무려 300년이 넘는 인간의 역사에서 모든 것들을 경험하고 자신의 본 이름인 애디를 불러보지도 듣지도 못한 삶을 영위하는 방랑자, 여행자, 떠돌이의 여정을 이어간다.
그런 그녀가 자신에게 항복해오기를, 그녀 곁에 영혼 포기를 원한다는 말을 듣기 위해 오는 어둠의 존재 뤽과의 대치는 그녀의 포기하지 않는 삶에 대한 열정과 끈기로 인해 줄다리기를 이어간다.
그러던 시간의 흐름이 그녀가 태어난 후부터 300년이 지난 후 자신의 존재, 그녀에 대한 기억을 하고 있는 남자 헨리를 만나고부터 그들의 사랑은 불같이 이어지고 그녀의 비밀과 그의 비밀이 함께 하면서 결코 쉽지 않은 여정이 이어진다.
시공간을 넘나드는 판타지의 속성상 독자들은 미처 경험해보지 못한 과거부터 미래의 일들까지, 이 작품 속에선 이미 1984년대라는 현재를 이어가는 흐름들 속에 그녀가 관습과 제도에 얽혀 원치 않은 삶에서 벗어나기 위해 어둠에게 거래를 한다는 설정은 파우스트를 연상시킨다.
진정한 사랑이 아닌 소유욕에 불타는 뤽의 존재, 자신의 모습과 존재가 있었다는 것을 결코 기억하지 못한다는 한계에 오로지 자신만을 기억해주길 바라는 소원을 가진 여인 애디의 사랑은 헨리로 인해 재탄생된다.
바로 '기억되지 않는 여자, 애디 라뤼'로서 말이다.
전체적인 부분에서 그녀가 겪어온 인생을 다룬 부분과 헨리의 이야기, 헨리로 인해 그녀의 존재가 어떻게 드러날 수 있었는지에 대한 퍼즐 조각을 연상시키는 과정은 700페이지가 넘는 우여곡절의 여정을 한 권으로 탄생되는 결과물을 보인다.
그녀가 자신의 존재 확인을 위해 애쓴 여정들은 여러 가지 예술작품이나 문학에서 군데군데 드러나는 결과를 보임으로써 , 또한 제3의 인물들의 손에 쥐어진 '기억되지 않는 여자, 애디 라뤼'로서 자리를 차지했음을 이어간다.
애디가 살아온 인생에서 항상 곁에 있었던 외로움과 생존 의지를 통해 진정한 삶에 대한 가치와 사랑은 무엇을 의미하는지, 생각은 기억보다 오래간다는 문장처럼 시간의 한계를 넘어선 무한의 존재감을 뿜어내는 이 작품은 판타지 문학 안에서 볼 수 있는 철학적 삶에 대한 물음을 통해 색다르게 다가온다.
주어진 환경에서 벗어나 주체적인 삶을 살고자 한 여인이기에 앞서 한 개체로서의 자유와 사랑을 갈구하던 애디의 모습이 인상적인 작품, 그녀는 앞으로도 영원히 우리들 곁에 머물러 있을 것 같다.
***** 출판사 도서 협찬으로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