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랑하는 사람

내가 사랑하는 사람
정호승 지음 / 비채 / 2021년 7월

시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라 하더라도 "수선화에게'란 시 구절을 읽게 된다면 아~ 하고 감탄을 하게 되는 시인, 정호승 님의 작품집이다.

1973년부터 2021년까지 시인의 50년을 담고 있는  275편의 시선집을 통해 드러낸 시의 내용들은 발표 순으로 배열해 놓았기 때문에 그동안 시인이 시대와 함께 한 시에 대한 감상을 느낄 수가 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

압축미를 대표하는 '시'가 주는 장르, 시인이 그동안 시대를 함께 어울려 살아오면서 적은 시들의 풍요로운 감성들은 저자의 마음속에 담긴 시성과 함께 밝은 면과 가벼움, 세월의 흔적과 함께 무게감까지 느껴볼 수 있는 내용들이 독자들의 감동을 불러일으킨다.

책의 서두에서 시인은 '사람은 누구나 시인이다. 사람의 가슴속에는 누구나 시가 가득 들어 있다. 그 시를 내가 대신해서 쓸 뿐이다'라고 말한다.

읽고 보니 꼭 전문가 시인은 아닐지라도 문득 올려다본 하늘의 파릇한 색채와 뭉게구름들 사이에 언뜻 비치가 수줍어 숨어버리는 달을 포착했을 때의 느낌들이 생각난다.

그럴 때면 자연의 조화로운 모습과 함께 시 구절과 문학 속에 드러난 장면들을 연상하게 되는 것을 보면 시인이 말한 의중이 무엇인지 대충 감이 오는 것을 알게 되는데, 여기에 덧붙여 시인은 '시는 쓴 사람의 것이 아니고 읽는 사람의 것'이라고 한다.

너무도 절묘한 구절구절 가슴에 와닿는 말이다.

읽는 사람의 주체가 당시의 어떤 마음을 가지고 대하느냐에 따라 시를 통해 느껴보는 감성도 다를 터, 이 작품집을 관통하는 모든 시들을 접했을 때의 나의 기분을 어떠했는지를 떠올리게 한다.

산다는 것은 결국

낡은 의자 하나 차지하는 일이었을 뿐

작고 낡은 의자에 한번 앉았다가

일어나는 일이었을 뿐  - p 277  [낡은 의자를 위한 저녁기도] 중

인생에서 좋은 시절, 아픈 기억, 암울했던 시대, 사랑과 이별....

시를 통해 느낄 수 있는 모든 것들을 쏟아부은 시인의 작품집, 천천히 읽는 시간이 무척 행복하게 다가오는 시간을 느껴 볼 수 있는 책이다.

이제 서서히 무더위도 물러갔다는 느낌이 아침저녁으로 느껴진다.

가을의 발걸음이 다가오는 소리, 이 작품집으로 가을을 맞이해도 좋을 것 같다.

***** 출판사 도서 협찬으로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