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린의 심장 - 교유서가 소설
이상욱 지음 / 교유서가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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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제본으로 만나본 작품이다.



우선 읽어본 후의 느낌은 말한다면 기존의 단편이 주는 느낌과 같으면서도 어쩐지 조금은 달리 느껴지는 기분이 들게 했다.



9편에 전체적으로 흐르는 주제는 '죽음'이 아닐까 싶다.



첫 번째 이야기인 획기적인 발상의 전개 구도는 기존의 우주에서 살고 있는 생명체와의 유대감이 아닌 철저히 상하 복종의 체계처럼 보인 설정 속에서 그려진다.



우주를 떠돌며 살아가는 '가브'란 존재에게 지구인의  생명을 바쳐야 한다는 위기감은 문제아인 용천에게 그의 죽음을 담보로 보상금을 준다는 진행, 마지막 허를 찌른 #3이란 바이러스 정체는 절로 허걱! 이란 소리가 나올 정도로 기막히게 그렸다는 생각이 든다.



두 번째 이야기인 '라이라나 눈'은 인간들의 동기화란 시스템을 통해 환자(?)를 대신해 운동해주고 돈을 받는 직업을 가진 이야기를 들려준다.



물질과 시스템, 돈에 종속되어 그 자신이 무엇을 원하고 살고 있는지, 하고 싶은 것을 절제하며 살아가야 하는 삶에 대한 시선과 그로 인한 죽음의 실체에 대해 다룬 부분들이 긴 여운을 남긴다.



세 번째 이야기인 책 제목이기도 한 '기린의 심장'은 파출소에 있게 된 소설가에게 경찰 k가 들려주는 형식으로 풀어나간다.



엄마의 병을 고치기 위해 기린의 심장이 필요하다는 소녀, 자신도 모르게 동물원으로 오게 된 남자, 뭔지 모를 동물원에서 만나게 되는 사람들의 존재를 통해 인간들의 삶에 있어 꼭 필요한 것이 아니라도 소유하고 싶은 욕망에 대한 시선들, 더 나아가 기린의 심장만이 아닌 더한 욕구와 욕망을 이루려는 사람들의 마음을 꼬집는 물질세계의 비난을 그린 것이란 생각이 들게 한 작품이다.



이밖에 '마왕의 변'이란 작품에선 하나의 마왕이 사라지면 그 마왕의 분신처럼 또 다른 충동적이고 비가역적인 마왕의 실체가 태어난다는 이야기, 뱀으로 변하는 자신의 모습을 통해  고통과 절망에 대항하기 위한 존재를 그린 '허물' 이야기, 유산의 아픔을 극복하지 못한 부부의 상실감을 그린 '하얀바다' 이야기, 교사로서 동성애자인 제자로부터 받은 편지 내용과 딸과의 불화를 겪는 퇴직한 재인의 이쪽도 저쪽도 아닌 그 어느  경계에 머묾을 다룬 '경계' 이야기, 이밖에도 '연극의 시작'과 '25분' 또한 강렬함을 지닌 작품이었다.



죽음에 담긴 사연의 여러 구도의 설정들이 SF, 현실을 벗어나고 픈 현대인들의 심리, 꿈인지 현실인지 모호한 세계 속의 이야기...




문학 안에서 짧은 단편이란 형식을 취해 다룬 '죽음'을 관통하고, 그 안에 담긴 여러 가지 불행에 대한 느낌의 변주를 다루고 있어  신선하게 다가온 작품이었다.



***** 출판사 도서 제공으로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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