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얼굴은 먹기 힘들다

인간의 얼굴은 먹기 힘들다
시라이 도모유키 지음, 구수영 옮김 / 내친구의서재 / 2021년 3월

 ‘그리고 아무도 죽지 않았다’에 이은 두 번째로 작가의 작품을 만나본다.

7년 전 온갖 포유류, 조류, 어류에 감염되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유행하고 이는 곧 공기 중 부유를 통해 식물, 동물, 심지어 인간들에게까지 연쇄 영향을 끼침으로써 인간들의 삶은 파괴가 된다.

이에 고육지책으로 자신이 제공한 체세포를 이용한 배양을 통해 복제인간인 클론을 먹을 수 있게 한 정책이 발현됨으로써 스스로의 자가 단백질 섭취를 하기에 이르는 현실의 세상이 된다.

오로지 국가에서 정한 한 업체만이 이를 관리를 하며 소비자가 원하는 클론이 배송되기 전에  머리를 반드시 제거한다는 윤리 규정을 만들지만 반대자들의 항의는 여전하다.

어느 날 클론 인간 제작을 반대한 야당 의원인 노다 조타로가 자살을 연상하는 살인을 당한 사건이 발생하고 이는 곧 그와 대척 관계에 있던 후지야마 히로미 전 장관이 지목되기에 이른다.

그는 이 클론을 생각한 유전공학자이자 의원이었던 만큼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었지만 당시 시간대에 알리바이로 벗어난다.

한편 그가 주문한 클론 안에 머리가 들어있고 협박성 편지를 받게 된 그는 곧 이 클론 작업에서 자신의 클론을 다루었던 시바타 가즈시와 그밖에 주요 인물들을 불러 추궁하게 되는데...

추리 스릴러를 읽을 때의 섬뜩한 감정을 느끼면서 나름대로 범인 추적을 하는 재미와 함께 그 원인이 밝혀지는 흐름은 장르를 좋아하는 독자들에겐 두뇌 플레이 게임처럼 다가오게 한다.

그런데 추리라도 상상의 범위의 폭이 극대치의 불편함과 현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던지는 경고를 함께 그린 작품이라면 장르 소설 외에 많은 생각을 던지게 한다.

이 작품 또한 그런 범주에 생각해볼 수 있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지금의 코로나 사태를 연상하게 하는 바이러스의 공격, 이에 결국 모든 것들의 진행이 깨졌을 때의 호구지책으로 선택한 클론을 먹는다는 설정 자체도 섬뜩했지만 사건의 진행이 이어지면서 인간과 그 인간의 복제인 클론을 생산하고 관리하는 인간들의 난폭함, 배양에서 태어나 몰래 키워진 클론들의 동물만도 못한 대우, 그런 반전을 뒤엎는 사건의 전말들은 각 주요 인물들의 상황들을 보여줌으로써 과연 범인은 누구인지에 대한 궁금증을 더욱 불러일으킨다.

전작에서의 기억을 소환한 듯한 이 작품은 그보다 더한 극도의 불쾌감을 선사하지만 읽으면서도 책을 놓을 수 없게 하는 것도 또한 독자들의 심리를 흔들어 놓는다.

서로가 지닌 비밀을 가진 채 자신의 결백을 증명해야만 하는 가즈시, 그를 둘러싼 모든 사람들의 사연이 하나씩 범인일 수도 있다는 설정도 그렇고 이에 버금가는 반전의 내용 또한 추리의 맛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데뷔작으로 나온 작품이란 말이 무색할 정도의 충격적인 설정과 흐름들, 그런데 이 또한 상상이 현실이 될 수도 있다는 지금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은 과연 어떤 선택을 할 수 있는가에 대한 고민을 하게 한 책이다.

***** 출판사 도서 제공으로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