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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 스톡홀름신드롬의 이면을 추적하는 세 여성의 이야기
롤라 라퐁 지음, 이재형 옮김 / 문예출판사 / 2021년 2월
평점 :
절판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작품에는 어느 정도의 허구와 함께 그 내용으로 빠져들게 하는 매력이 있기 마련이지만 이 작품처럼 실화와 허구의 경계를 의심하면서 읽은 것도 오랜만이다.
1974년 언론재벌 허스트 가의 상속자인 19살의 퍼트리샤 허스트가 자신의 약혼자와 함께 있던 아파트를 침범한 좌파 무장단체인 SLA에 납치되었다.
(다음에서 발췌)
이 사건은 일대 커다란 사건으로 인식되고, 그 이후 그녀의 목소리와 편지들이 오고 가기 시작한다.
그런데 두 달 뒤 퍼트리샤는 타니아로 개명하고 SLA의 일원이 되어 은행강도에 동참하게 되는데, 이후의 일들은 FBI의 활약으로 무장단체의 일원이 죽고 퍼트리샤는 얼마 뒤에 체포된다.
기나긴 법정의 시간을 거쳐 35년형, 보석금 가석방, 그리고 무죄로 방면된다는 것이 이 사건의 실체다.
이 책은 변호인단이 퍼트리샤가 자기 주도적인 생각이 아닌 전형적인 스톡홀름 증후군의 영향으로 인해 살기 위해 무장단체에 협조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을 증명하는 과정에 참여한 사람들의 이야기와 함께 진행된다.
이 소설에 등장하는 네베바는 프랑스에서 비올렌이라는 학생을 아르바이트로 고용하면서 변호인단의 요청으로 퍼트리샤 사건에 대한 서류를 참조하며 무죄에 대한 증명을 하는 일을 맡은 사람이다.
퍼트리샤에 대한 무지의 상태에서 네베바가 건네는 서류를 통해 그녀들이 나누는 대화들은 이 세상 저 건너편에 몰랐던 퍼트리샤란 인물과 같은 연령대의 학생 비올렌이란 인물이 겹치면서 퍼트리샤의 심리를 이끌어내고 있다.
퍼트리샤는 과연 스톡홀름 증후군의 피해자인가, 아니면 무장단체가 주장하는 자신이 미처 몰랐던 미국의 민낯인 불편한 진실들을 마주한 것에 대한 깨달음으로 자발적으로 나선 행동인가. 이도 저도 아니면 목숨을 부지하기 위한 스스로의 결단이었나?
책을 읽기는 결코 수월하게 이어지지 않는 편이었다.
네베마란 인물 자체도 30대의 페미니스트로 베트남 전쟁 반대 시위에 참여한 활동가이자 19세기 아메리카 인디언에 납치되었다가 스스로 그들의 삶과 함께 하기 다시 돌아간 여인들에 대한 논문을 쓴 저자란 사실이 이 사건을 마주했을 때 그가 비올렌에게 던진 질문들은 결코 간단하고 쉽게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을 느끼게 했다.
비올렌 또한 기존의 평범했다면 평범했던 삶에서 벗어나 조금씩 자신의 변화된 모습을 느끼게 된다.
당시의 시대 상황은 베트남 전쟁에 대한 반발, 빈부의 격차에 따른 생활들, 자신의 의견을 표현하면 배우지 못한 여자란 인식이 강했던 시대였다.
이런 점들을 감안한다면 퍼트리샤 또한 부족함이 없었던 자신의 생활을 되돌아보는 계기는 되지 않았을까?
독자들은 그녀의 솔직한 말을 들을 수 없지만 책을 통해 느낀 것은 어느 한 부분에서라도 그녀가 스스로의 의지와 결단이 있던 것은 아니었을까란 생각을 해보게 된다.
가부장적인 제도 하에서 스스로의 목소리를 내는 과정들은 기타 다른 문학에서도 엿볼 수 있지만 실제 사건을 토대로 그 당시에 벌어진 퍼트리샤란 인물의 내면과 그 내면 안에 깃든 심정을 파헤쳐봄으로써 이전의 생각을 벗어나게 된 여성들의 대화들이 인상적이었다.
페미니즘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도 관심을 두고 있는 현시대에 이 작품을 통해 단순히 페미니즘에 국한된 것만이 아닌 남녀를 떠나 진정한 나 스스로가 지닌 목소리를 돌아보도록 한 작품이었다.
퍼트리샤 사건에 빠져들었던 그녀들, 자신들의 변화를 느끼게 된 기간은 17일이면 충분했다는 사실, 이를 두고 퍼트리샤는 어떤 생각이 들까?
실존인물 퍼트리샤에 대해 자료를 검색해 보니 결혼해 평범하게 살고 있다는데, 이 책을 통해서 다시 그녀의 솔직한 마음의 목소리를 듣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 출판사 도서 제공으로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