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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에 맞지 않는 ㅣ 아르테 미스터리 18
구로사와 이즈미 지음, 현숙형 옮김 / arte(아르테) / 2021년 3월
평점 :
품절
57회 메피스토 상 수상작인 작품을 만나본다.
어느 날 깨어나 보니 내 몸이 내 것이 아닌 이상한 모습으로 변해버렸다면?
생각만 해도 그저 상상이나 영화에서의 허상을 가장한 일들로 치부해 버리고 싶은 마음이 들겠지만 이 작품 속에서 그린 설정은 한 가정의 모습을 통해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은둔형 외톨이로 지내는 아들 유이치의 방문을 열어보니 아들의 모습은 간데없고 이상한 물체가 있다.
지렁이도 아닌 것이 그렇다고 지네도 아닌 것 같은 합쳐진 듯한 모습과 둥그런 머리, 더듬이까지...
알고 보니 아들은 뮤턴트 신드롬이라는 이형성 변이 증후군에 걸린 것이고 이는 곧 불치병인 만큼 사망신고를 해야 한다는 무서운 병이었다.
이미 인간의 형체는 간데없는 허울뿐인 아들의 존재, 아버지이자 남편과 엄마인 미하루의 불화협 속에 한 가정의 깨진 모습을 통한 이야기는 누가 나쁘고 옳다는 식의 판단을 내릴 수 없는 과정을 이어간다.
배 아파 나은 나의 자식, 이미 그 자식의 형체는 볼 수가 없는 이상한 벌레가 있지만 그 안에 지닌 어떤 단 1%의 아들의 모습이 깃들어 있을 것이란 엄마의 간절한 간호과 분투는 이런 병을 지닌 가족을 둔 가족 모임이라는 '물방울회'라는 집단이 등장하면서부터 엄마의 희망을 간직하게 된다.
하지만 전혀 뜻밖으로 이 병이 전염성이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더욱 공포가 다가오는데, 과연 엄마의 선택은?
저자 자신이 밝혔듯 카프카의 '변신'을 오마주한 작품이라 느낌이 많이 닮았음을 느끼며 읽었다.
어떤 뚜렷한 해결 제시가 없는 막막한 상태에서 겪는 과정을 통해 유행하는 단어인 히키코모리와 니트를 연상하게도 하는 이 작품의 분위기는 모정이란 감정 앞에서의 결단, 이로 인한 가족의 붕괴, 개인주의의 성향들을 모두 느낄 수 있는 작품이라 기존의 다른 작품들과는 다른 아픔을 느끼며 읽게 된다.
엄마는 그래도 끝까지 아들을 저버리지 않을까? 아님 포기를 해버릴 수밖에 없을까?
독특한 상상력을 토대로 그린 작품, 작가의 다음 작품이 기대된다.
***** 출판사 도서 제공으로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