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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브 생 로랑에게
피에르 베르제 지음, 김유진 옮김 / 프란츠 / 2021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한 세기를 풍미했던 패션 디자이너이자 패션계의 한 획을 그은 이브 생 로랑-
그를 몰랐더라도 이름만 들으면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그에 대한 찬사는 많다.
이 책은 21살, 28살에 만나 50년 간을 함께 살던 동성 연인이자 사업 파트너였던 피에르 베르제가 쓴 이브에게 더 이상 보낼 수 없는 편지들을 모은 책이다.
***** 이 편지는 온전히 너를 향한 것, 우리의 대화를 이어나가는 방법이자 너에게 말을 거는 나의 방식이니까. 듣지도 답하지도 않을 너에게 - P. 17
알제리 출신의 연약하고 내성적인 소년, 동성애인 그를 두고 어릴 적부터 놀림을 당한 그가 가진 재능이 꽃을 피울 때 연인이었던 피에르와의 만남은 결정적이었다.
디올에서 해고되고 이후 두 사람이 만든 회사를 키워나가면서 시작된 그들의 사랑과 패션계에 신선한 바람을 불러일으킬 수 있게 협력한 피에르의 조합은 그 이상 훌륭할 수 없다는 생각을 갖게 한다.
이브가 죽고 이브 생 로랑의 장례식장에서 피에르 베르제가 낭독한 추도문으로 시작되는 책의 구성은 자신들의 만남과 이별의 과정들을 거친 50년 간의 시간을 반추하게 한다.
(다음에서 발췌)
심약했고 나약했으며 우울증, 약물중독에 이은 병의 진전까지를 모두 지켜봤던 연인이자 사업 파트였던 피에르가 이브를 생각하는 글들은 사랑하는 연인에 대한 모든 감정을 쏟아부을듯한 열정, 남은 자로서의 쓸쓸함과 일생에 대한 회고들이 들어 있어 그들이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느끼게 한다.
마르케시의 있는 그들의 집과 정원 이야기, 가까운 사람들의 연이은 죽음, 이브 사후 그들이 평생 모아 온 예술작품들을 경매에 붙이면서 수익금 전부를 기부한 일들을 조곤조곤 히 들려주는 듯한 편지 내용들은 진정으로 예술을 사랑하고 사랑했던 두 연인들의 마지막 정리를 보는 듯한 기분이 들게 한다.
사랑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의미를 되새겨보게 하는 저자와 이브의 동성애 사랑, 특히 예술계에서 공공연한 비밀을 굳이 밝히고자 할 필요는 없지만 그들은 공개적으로 사랑을 이어갔기에 이런 편지를 읽으면서 그들의 사랑은 사랑을 넘어선 지극히 보편적인 인간애가 들어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심약한 이브가 자신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버팀목이 되어준 피에르가 남긴 편지는 이브 생 로랑의 1주기에 낭독한 추도문으로 끝을 맺는다.
언제까지고 영원한 파트너이자 동반자인 두 사람, 아마도 저 멀리 천국에서도 함께 하고 있겠지?
***** 출판사 도서 제공으로 쓴 리뷰입니다.